“한 팀서 20년… 강하게 키우고 싶어요”
오랜 리빌딩 작업을 거쳐 올 시즌 프로농구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인삼공사 이상범 감독. 20년째 한 팀을 지키고 있는 이 감독은 선수들과의 활발한 소통, 기본기, 선후배 간의 예의를 강조한다. KBL 제공
2위 인삼공사는 시즌 평균 20.9득점, 8.4리바운드로 맹활약하던 미국프로농구 출신 로드니 화이트가 허리 부상으로 빠져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화이트가 빠진 최근 6경기에서 5연승을 질주하며 5승 1패를 기록해 선두 동부를 1.5경기 차로 쫓았다. 이 감독은 “용병 교체로 선수들이 동요했다. 2주짜리 용병이 뭐 있겠느냐, 우리끼리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다독거렸다”고 말했다. 주춤거렸던 양희종과 이정현에 팀 내 최고참 김성철까지 살아나면서 인삼공사의 6경기 평균 득점은 83.7점으로 10개 구단 중 1위에 올랐다.
올 시즌 이 감독은 위기에 부닥칠 때마다 정면돌파로 인삼공사의 돌풍을 이끌고 있다. 시즌 개막 후 동부, KT에 2연패해서 선수들의 사기가 떨어졌을 때는 “강팀들을 상대로 접전을 펼친 것만으로도 자신감을 가질 만하다”며 격려했다.
성적을 못 내면 옷을 벗어야 하는 게 감독의 운명인데도 이런 결정을 내린 데는 팀에 대한 남다른 애정 때문이었다. 이 감독은 팀의 전신인 SBS 창단 멤버로 1992년 입단한 뒤 선수 코치 감독을 거치며 20년째 한 팀에 머물고 있다. “굉장한 행운아예요. 한 팀에 오래 있다 보니 자부심이 커요. 팀을 꼭 잘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내가 아니라 다른 지도자에게 넘겨주더라도 좋게 변한 모습을 본다면 뿌듯할 겁니다.”
이 감독은 무엇보다 기본과 예의를 강조한다. “수비와 리바운드, 루즈볼에 소홀히 하는 선수는 혼날 각오를 해야 합니다. 귀 하나가 없어도 선배는 선배라는 말을 자주 해줍니다. 최고 신인이라는 오세근이 아무리 잘해도 물주전자를 들어야 합니다. 위아래의 질서가 무너진 팀이 잘될 리 없습니다.” 선후배의 끈끈한 정과 의욕이 넘치는 벤치 분위기가 인삼공사의 최고 강점으로 꼽히는 이유다.
이 감독은 “우승이라는 목표보다도 우리 아이들과 뒹굴며 우리 능력의 끝까지 한번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 이상범은 누구?
△생년월일=1969년 3월 8일
△체격=184cm, 90kg
△농구 시작=서대전초등학교 6학년
△포지션=가드
△출신교=대전고-연세대
△주요 경력=1992년 SBS 창단 멤버, 2005∼2008년 KT&G(현 인삼공사) 코치, 2008∼2009년 KT&G 감독 대행, 2009년∼KT&G 감독
△주량=소주 1병
△담배=하루 2갑
△취미=드라이브
△애창곡=없음(음치여서 노래시키는 사람을 제일 싫어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