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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사망]‘블랙홀’ 만난 쇄신-통합… 내년 총선-대선 보혁갈등 깊어질듯

입력 | 2011-12-20 03:00:00

국내 정치 영향은




與도 野도 “비상국면” 19일 보도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은 내년 총선, 대선을 앞둔 정국에도 커다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당장 한나라당의 ‘쇄신’, 민주당의 ‘통합’이란 정치 이슈를 삼키는 블랙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위쪽은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타임스퀘어에서 열린 한나라당 전국대회에서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대된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아래쪽은 서울 영등포 민주통합당 당사에서 내년 1월 15일 당 대표 경선 출마 의사를 밝히고 있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망은 내년 총선(4월 11일), 대선(12월 19일)을 앞둔 정국에도 커다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를 넘어 국제 사회 전반에 미칠 메가톤급 이슈인 만큼 당분간 쇄신(한나라당), 통합(민주통합당) 등 여야의 주요 키워드를 집어삼킬 ‘정치적 블랙홀’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4개월도 남지 않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여야의 핵심 선거 전략에도 일정한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북한 격변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내년 12월 대선에 일정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 총선 앞두고 보혁 갈등 깊어질 듯

무엇보다 김 위원장 사망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그동안 잠복해 있던 우리 사회의 보혁 갈등을 다시 끄집어낼 것이라는 관측을 낳고 있다. 그동안 야권의 무상급식 이슈와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미 월가 점령 시위로 촉발된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발 움직임 등을 거치면서 내년 총선 이슈는 여야를 불문하고 복지, 양극화 해소, 일자리 창출 등으로 집약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김 위원장 사망이 보수진영의 안보 우선 심리를 자극할 경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 이슈와 맞물리면서 여야가 총선을 앞두고 대치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야당을 비롯한 진보진영 일각에선 김 위원장 조문을 추진하고 있어 당장 조문 여부를 놓고 여야가 대립할 수 있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불안 심리를 불필요하게 자극할 필요는 없지만 우리가 한동안 잊고 있던 정치적 현실을 자각하는 계기가 되지 않겠느냐”고 주장했다.

○ 안철수 등판, 앞당겨질 수도

김 위원장 사망에 따른 북한 체제 격변이 장기화될 경우 대선 정국에 근본적 변화를 일으킬 수도 있다. 특히 ‘2강(强)’으로 꼽히는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간에 무시할 수 없는 정치적 자장(磁場)이 형성될 듯하다.

박 위원장은 김 위원장의 행보에 결과적으로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은 바 있다. 박 위원장은 지난 대선을 앞둔 2006년 7월 북한이 대포동 미사일을 발사한 지 두 달 후인 9월 처음으로 이명박 대통령에게 선두 자리를 내주었고, 그해 10월 북한의 1차 핵실험으로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안보 위기가 발생하면서 남성인 이 대통령에게 보수표가 쏠린 것. 하지만 이번 대선에선 유력 주자 중 박 위원장이 가장 보수층에 가까운 만큼 김 위원장 사망으로 인한 ‘한반도 위기’가 플러스 효과를 가져올 것이란 주장도 있다. 그러나 안보 정국에 따른 표 쏠림 현상이 이전 같지 않을 것이란 반론도 만만치 않다.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사건으로 안보 정국이 형성됐지만 정작 석 달 뒤인 6월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패배했다.

동시에 김 위원장의 사망은 그동안 ‘나눔’ ‘배려’ ‘공감’ 등 비(非)정치적 키워드로 기성 정치권을 위협했던 안원장에게 새로운 도전을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안 원장이 지금까지는 ‘좋은 나라 만들기’ 식의 발언으로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김 위원장 사망을 기점으로 국민들은 국가적 이슈에 대안을 제시할 준비가 돼 있는지를 궁금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안 원장이 대선 출마를 결심할 경우 자신이 생각했던 시기보다 좀 더 일찍 정치판에 나올 수밖에 없는 여건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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