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년 독재 짐바브웨 대통령, 암투병에도 내년 대선 도전국민 착취해 캐낸 다이아로 막대한 정치자금 조성 살포
1980년 짐바브웨 독립 직후부터 총리와 대통령을 지내며 31년 동안 권좌에 머물러온 무가베 대통령은 올해 87세로 세계 역대 독재자 중 최고령이다. 최근 몇 년째 전립샘암을 앓아온 사실이 밝혀지며 한때 권좌에서 물러날 것이라는 예측이 나돌았다. 그러나 그는 이를 비웃듯 11일 여당 전당대회에서 “신이 내게 다른 이보다 긴 수명을 허락했다”며 내년 대선에 또 출마할 뜻을 밝혀 주위를 놀라게 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재집권을 노리는 무가베 대통령이 가장 신경 쓰는 대목은 정치자금 조성이다. 벌써부터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방위로 엄청난 뇌물을 뿌리고 있다. 반대파 탄압과 선거조작에 핵심 역할을 맡은 친위조직인 ‘중앙정보부(CIO)’에도 이미 수천만 달러의 돈이 흘러들어갔다. 영국 부패감시 비정부 기구(NGO) ‘글로벌 위트니스(GW)’는 “무가베 대통령은 이런 검은돈의 상당 부분을 다이아몬드 매매로 마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무가베 대통령의 독재 유지를 위해 이용되고 있는 다이아몬드들은 짐바브웨 국민의 피와 눈물을 먹으며 채굴되고 있다. 군경의 총칼을 앞세워 짐바브웨 정부가 운영하는 마랑게 광산은 지난해 광원 200여 명이 작업 도중 목숨을 잃었다. 어린이 노동 착취와 부녀자 강간도 빈번하게 일어나, 서구에선 이 지역 다이아몬드를 ‘세계에서 가장 더러운 보석’이라고 부른다.
무가베 대통령의 자금 축적은 유엔의 ‘킴벌리 프로세스(Kimberley Process)’에 대한 논란도 일으키고 있다. 킴벌리 프로세스는 분쟁이나 착취 등 ‘검은 일’에 쓰이는 다이아몬드의 국제시장 진입을 막는 제도. 하지만 유엔은 최근 특별한 증거가 없다며 마랑게 광산의 다이아몬드 매매를 합법이라고 승인했다. 이에 대해 GW는 “독재사회 유지에 쓰일 게 뻔한 거래를 눈감아줬다”며 유엔을 맹비난했다.
한편 무가베 대통령은 18일 자기 이름을 딴 의류 브랜드를 시장에 내놓겠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대통령은 “자신을 사랑하는 젊은이들에게 서구 명품에 필적하는 고급 옷을 입히고, 정치적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해 의류 브랜드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현재 짐바브웨는 1인당 국민소득이 300달러(약 35만 원)가 채 되지 않으며, 실업률은 90%를 웃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