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급락 - 환율 급등… 금융시장 대혼란
19일 국내 증시에서 코스피는 직전 거래일 대비 63.03포인트(3.43%) 급락한 1,776.93에 마감하면서 1800선이 일거에 무너졌다. 하락세로 출발한 코스피는 김 위원장 사망이 알려진 정오부터 5분 만에 41포인트 추락하면서 한때 89.11포인트(4.84%) 떨어진 1,750.85로 주저앉았다. 오후 들어 기관투자가들이 매수에 나섰지만 급락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코스닥지수도 김 위원장 사망의 영향으로 직전 거래일 대비 26.97포인트(5.35%) 급락한 477.71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8.80%까지 폭락하며 460선마저 내주는 듯했으나 기관이 매수에 나서면서 낙폭이 줄었다.
정치 경제적 불안감이 고조되면서 안전자산인 달러화 수요도 증가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오전 내내 1160원대에 거래됐던 원-달러 환율은 김 위원장 사망소식이 알려진 뒤 1185원까지 치솟았다가 당국의 개입으로 16.20원 오른 1174.80원에 마감됐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 사망이 당장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금융시장을 둘러싼 글로벌 악재와 북한 후계구도의 불확실성이 맞물린다면 의외의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우려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와 피치는 “김 위원장의 사망이 한국 국가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 신용등급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무디스는 “(김 위원장 사망으로) 중대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은 작으며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은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융시장에서는 과거 북한 리스크와 이번 상황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1994년 김일성 사망 등 과거 북한 위험이 불거졌을 때는 세계 경제가 양호했고 후계구도도 김정일로 굳어진 때였으나, 지금은 유럽 위기와 불안정한 권력승계가 맞물려 있다는 얘기다. 특히 유럽 재정위기가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유럽 위기의 진정 여부는 초미의 관심사다. 이날 김 위원장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기 전에도 코스피가 40포인트 이상 급락한 것은 16일(현지 시간) 무디스가 벨기에의 국가신용등급을 두 계단이나 떨어뜨렸고 피치가 벨기에를 포함한 유럽 6개국의 신용등급 강등을 경고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