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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사망]단둥주재 北관리-주민들, 사망발표 직전 기차로 대거 귀국

입력 | 2011-12-20 03:00:00

北中 접경-해외공관 표정




김정일의 사망이 북한체제 붕괴로 이어지면 그 조짐은 두 곳에서 가장 먼저 감지될 수 있다는 게 북한 전문가들의 견해다. 북-중 접경지역에서 탈북자들이 급격히 늘어나거나 해외 주재 공관원의 망명이다. 19일 현재 동아일보 특파원들이 돌아본 북-중 접경지역과 해외공관들에서는 아직 특별한 움직임이 없었다.

▽ 단둥=압록강을 경계로 신의주와 마주보고 있는 중국 랴오닝(遼寧) 성 단둥(丹東)은 이날 오후 평소와 다름없는 분위기였다. 북-중이 공동 개발하는 황금평 일대의 군인 초소도 쥐죽은 듯 고요했다. 간혹 북한군 한두 명이 나와 주변을 서성거리는 정도였다.

중국 공안 측도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이곳에서 사업을 하는 한 교포는 “사망 소식을 듣고 공안에 연락했더니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반응이었다”고 전했다.

단둥북한영사관에 마련된 김 위원장의 분향소에는 오후부터 참배객과 화환이 줄을 이었다. 화환 중에는 ‘○○공사’(중국의 회사) ‘○○여행사’ 등 민간에서 온 것도 많았다. 참배객 A 씨는 “영사관이 있는 류경식당 21층에 화환이 1000개도 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분향소에는 가로 80cm, 세로 1m 정도의 김 위원장 영정이 놓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참배객 가운데 절을 세 번 하는 사람도 있는 것으로 미뤄 중국인도 일부 참석한 것으로 보인다. 한 참배객은 “절을 한 뒤 ‘김정일 지도자 동지 만세, 만세, 만세’를 외치는 사람도 있었다”고 전했다.

단둥에 나와 있던 북한 관리와 주민 상당수는 이날 오전 9시 35분 평양행 기차로 귀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중앙통신이 사망 소식을 공식 발표하기 전에 이미 접경지역과 해외공관에는 관련 내용을 통지한 것으로 보인다. 이 기차는 평소와 달리 만원이었다고 한다.

여행사 관계자는 “내일(20일) 오전 기차표가 단 한 장도 남지 않았다”며 “김 위원장 사망 때문에 북한 사람이 많이 돌아갔다. 사업 때문에 북한에 가는 중국인들이 표를 못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식당은 대부분 조문기간인 29일까지 문을 닫는다고 말했다. 일부 문을 연 식당도 가무단의 공연 없이 식사만 제공했다. 북한에서 중국으로 넘어오는 차량 출입도 전면 통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택시운전사 왕모 씨는 “북한으로 가는 차량은 있지만 오는 차는 없다. 아침부터 저쪽에서 막아 놓은 것 같다”고 말했다.

▽ 투먼=단둥에 이어 북-중 교역에서 두 번째로 큰 관문이자 많은 탈북자가 넘어오는 길목에 위치한 지린(吉林) 성 투먼(圖們)에도 아직 경비 강화 등의 변화는 나타나지 않는다고 교민들은 전했다. 투먼에서 싼허(三合)에 이르는 두만강변을 따라 이어지는 국경 도로에도 별다른 군이나 경찰의 경비가 늘어난 조짐은 듣지 못했다고 현지 교민은 전했다.

▽ 해외공관=북한의 재외공관들은 조기를 게양한 것 외에 외부와의 접촉을 일절 피했다. 미국 뉴욕의 주유엔 북한대표부에서는 현지 시간으로 일요일 밤인데도 굳은 표정의 북한 외교관들이 속속 복귀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신선호 북한대사는 ‘김 위원장 사망에 한마디 해달라’는 기자들의 요청에 아무런 응답도 하지 않았다. 이날 밤 12시 대표부로 들어서는 남녀 직원 10명도 흐느끼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중국 주재 북한대사관은 조선중앙TV의 김 위원장 사망 발표가 있은 지 40분 만에 옥상에 걸린 인공기를 한 폭 내려 조기로 게양했다. 평소 북한 주민들의 왕래가 잦던 대사관 건물은 인적이 끊겼다. 대사관에서 숙식하는 주민들에게 외출 자제령이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공안은 북한대사관 주변에 경찰을 대거 배치해 외신 기자들의 대사관 접근을 차단했다.

일본 도쿄 지요다(千代田) 구 후지미(富士見)에 있는 총련 중앙본부는 김정일 사망 발표 후 거의 3시간이된 오후 2시 50분경 뒤늦게 조기를 내걸었다. 총련 관계자들도 TV를 보고서야 김정일의 사망을 안 것으로 알려졌다. 총련 사정에 밝은 한 전문가는 “총련은 그동안 내부적으로 김정은 3대 세습을 둘러싸고 적지 않은 갈등을 겪었다”며 “앞으로 북한의 후계체제를 둘러싸고 총련 내부 갈등이 격심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단둥=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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