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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사망]北 권력공백 곳곳 위험변수… MB 대북정책 진짜 시험대에

입력 | 2011-12-20 03:00:00

위기의 남북관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발표가 나온 19일은 이명박 대통령의 71세 생일이면서 4년 전인 2007년 대통령선거 당선일이다. 부인 김윤옥 여사와의 결혼기념일이기도 하다. 이날을 기점으로 이 대통령의 대북정책이 큰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김 위원장의 공백은 북한의 급변 사태 발생, 후계자 김정은의 권력 장악을 위한 군사 도발, 3대 세습 실패, 독재체제 붕괴와 난민 발생, 국지전 또는 전면전 발발 가능성 등 수많은 위험 변수를 내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면서 한반도 상황 관리를 책임져야 하는 임무를 맡게 됐다. 지난해 천안함, 연평도 사건이 국지 도발 성격이었던 데 비해 김정일 사망은 총체적 불확실성을 유발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후계자 김정은을 ‘카운터 파트’로 상정한 채 북한을 상대해야 하지만 김정은의 권력 장악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은 정책 선택의 딜레마로 작용하고 있다. 임기 마지막 해인 내년의 3차 남북 정상회담 성사 여부는 안갯속으로 들어갔다. 오히려 내년을 ‘강성대국 원년’으로 선포한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9월 통일부 장관 교체를 계기로 대북정책의 전환을 꾀하려던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류우익 통일부 장관은 18일 채널A ‘대담한 인터뷰’에서 “겨울이 가기 전에 이산가족에게 따뜻한 소식을 전해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히는 등 이산가족 상봉과 대북 지원 재개에 의욕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5월 중국 베이징(北京) 남북 비밀접촉이 북한의 폭로로 와해되고 이른바 ‘통-통(남한 통일부와 북한 통일전선부) 라인’은 복구되지 않은 상태여서 밀도 있는 남북 접촉은 당분간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북-미 대화도 침체기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외교당국자는 “북한이 애도기간으로 설정한 29일까지 정상적인 외교활동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가에서는 22일 중국 베이징에서 3차 북-미 회담이 열릴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이에 앞서 북한은 14, 15일 베이징에서 미국과 실무접촉을 하고 매달 2만 t씩 총 25만∼26만 t 규모의 식량지원(영양지원)을 받는 대신 대량살상무기(WMD) 개발 유예와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복귀를 허용한다는 접점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북한이 일단 고비를 넘기면 적극적인 대남, 대미 관계개선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기범 통일연구원 객원연구위원(전 국가정보원 북한담당 3차장)은 “1994년 김일성 사망 때도 북한은 미국과 핵 협상을 이어가 결국 제네바합의를 이끌어냈다”며 “시간은 지체되겠지만 경제 사정이 좋지 않은 북한이 대외물자를 지원받기 위해서라도 관계 개선 쪽으로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1994년 7월 김 주석 사망 당시 미국과 스위스 제네바에서 1차 핵협상을 진행하던 북한은 3개월이 지난 뒤 회담에 곧바로 복귀했고 그해 10월 21일 제네바합의문을 채택했다. 미국도 내년 대선을 앞두고 북-미 대화를 통해 북한의 돌발 행동을 막는 ‘정세 관리’를 할 필요성이 있다. 이봉조 전 통일부 차관도 “현재 북한의 대미 정책은 김정일의 건강 악화라는 변수를 이미 반영한 것”이라며 “지금까지의 방향대로 대외정책을 유지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으론 북-미 회담 진척에 불만을 품은 북한 강경파가 훼방을 놓을 경우 회담이 궤도를 이탈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2010년 초 북-미는 6자회담 수석대표회담 성사 직전까지 갔지만 3월 26일 군부 강경파가 천안함 폭침사건을 일으키면서 모든 게 물거품이 됐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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