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을 발표한 19일 오전 북한이 동해상으로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지만 군 당국이 북한군의 특이동향이 없다고 발표해 물의를 빚고 있다.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는 김 위원장의 사망이 확인된 뒤 대북경계태세 2급을 발령하면서 현재 북한군의 특이동향이 없다고 여러 차례 언론에 밝혔다.
하지만 북한은 이날 오전 8시 30분경 KN-02 지대지 미사일로 추정되는 단거리미사일을 동해상으로 발사했고, 군 당국도 이를 포착했지만 일절 공개하지 않았다. 이후 이 사실이 오후 6시 57분 일본의 한 TV 방송으로 보도된 뒤에도 군 당국은 북의 특이동향이 없다는 발표 내용을 고치지 않았다.
이에 기자들이 재차 확인을 요구하자 군 당국은 그제야 북의 미사일 발사 사실을 확인해 주면서도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으로 일관했다. 또 북한의 미사일 발사 장소와 발사 기수 등 구체적인 내용도 보안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다가 뒤늦게 확인하는 태도를 보였다.
군 당국은 북의 단거리미사일 발사가 성능 개량을 위한 것으로 대남 도발로 판단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그간 북한의 미사일 발사 사실을 언론에 일일이 확인해 주지 않았다. 국민의 불안감 조성도 있고…”라고 얼버무렸다.
하지만 김 위원장 사망으로 국가적 비상사태가 초래된 상황에서 군이 보안을 이유로 대북 동향을 너무 안일하게 판단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군 소식통은 “지금 상황에선 북한군의 일거수일투족이 안보 태세와 직결되는 초미의 관심사”라며 “이런 상황에서 북의 미사일 발사는 당연히 특이동향이고, 군 당국은 이를 적시에 국민에게 알렸어야 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군이 국가적 위기상황에서도 대북정보를 독점하는 타성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