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열차 안 사망? [2] 부검실시 이유 [3] 늦은 의사결정 [4] 급변 무서웠나
두 달 만에 등장한 이춘희 19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소식을 보도한 조선중앙TV의 방송원은 이춘희(68)였다. 이춘희는 상복을 연상케 하는 검은 한복을 입고 침통한 얼굴로 중대 보도를 전하며 중간중간 흐느꼈다. 그는 10월 19일 오후 9시 뉴스를 마지막으로 두 달 동안 보이지 않아 은퇴 여부에 관심이 쏠렸다. 조선중앙통신TV 화면 촬영
① 달리는 열차 안에서 사망?
북한 매체의 발표에서 가장 의아한 점은 “현지지도 강행군을 이어가다가 열차에서 순직했다”는 대목이다. 김 위원장 사망 당시 열차의 위치는 밝히지 않았다. 김 위원장이 2008년 가을 뇌중풍(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김 위원장의 건강관리는 북한 당국의 최우선 과제였다. 그런데도 북한 당국이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을 전혀 발견하지 못하고 현지지도를 강행하도록 했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탈북자 출신인 안찬일 세계북한인총연맹 총재는 “북한 최고통치자가 이동 중 사망했다는 것은 정말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북한 내부에서 권력투쟁이 일어났거나 강경파가 일을 벌인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② 부검을 실시한 이유는?
김 위원장 사망 이후 발표까지 북한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조선중앙통신이 밝힌 것은 “18일에 진행된 병리해부검사(부검)에서는 질병의 진단이 완전히 확정됐다”고 밝힌 것이 전부다. 김 위원장을 부검했다는 것은 그만큼 사망 원인에 대한 각종 설이 난무할 소지가 많다는 점을 스스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를 차단하기 위해 “완전히 확정됐다”는 강한 표현을 쓴 것으로 추정된다. 김 주석 사망 당시에도 북한은 사망 다음 날 부검을 실시한 바 있다.
③ 김정은 체제 취약 암시?
전문가들은 북한이 큰 위기상황에서 의사결정이 늦어졌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김정은의 권력기반이 아직 취약하다는 증거라는 것이다. 김정은은 후계자로 공식석상에 등장한 지 1년 2개월여밖에 지나지 않았고 올해 29세에 불과하다.
백승주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은 “북한 내부적으로 권력 승계 준비가 돼 있었는데도 장례 절차 등을 결정하는 데 많은 논의가 필요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④ 급변사태 막기 위한 조치 있었나?
북한 지도부가 대규모 탈북 등 급변사태를 막기 위한 조치를 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흘렀을 수도 있다. 대북 매체인 데일리NK는 “18일 오전 1시경 북한 국경경비대에 국경을 봉쇄하라는 특별경비 지시가 하달됐다. 퇴근했던 군관들이 부대에 복귀하고 평상시 2인 1조였던 근무도 4명으로 늘렸다”고 전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