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 여제’ 김가영. 동아닷컴 오세훈 기자 ohhoony@donga.com
“라이벌? (차)유람이가 제 라이벌인가요?”
세계랭킹 1위 김가영(28·한국체대)에게 차유람(24·한국체대)은 다소 특별한 후배다. 자타공인 세계 최고 선수이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차유람이 더 유명세를 타고 있는게 사실이기 때문. ‘당구 여제’ 김가영에게는 다소 서운할 법한 일이기도 하다.
“제가 21세 때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처음 우승했을 때 유람이는 중학생이었어요. 이제 막 데뷔한 선수였죠.”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이 유람이가 세계챔피언인 것으로 알고 있더라구요. 서운했죠. 저도 힘들게 쌓아온 명예라는 게 있는데 그렇다고 ‘제가 1등인데요’ 이렇게 일일이 해명하고 다닐 수도 없고…”
김가영의 어린 시절 우상은 대만의 당구 영웅 류신메이(42). 그 때문인지 류신메이와 비슷한 연배인 앨리슨 피셔(43·영국)와 친하다. 피셔는 각종 대회에서 우승 횟수가 60회가 넘는 여자 당구계의 전설이다.
“피셔는 농담을 정말 잘 받아주는 유쾌한 선수예요. 유머감각이 뛰어나요. 선수로서의 매너, 스포츠맨십 까지 배울 게 정말 많은 선수죠.”
‘당구 여제’ 김가영. 동아닷컴 오세훈 기자 ohhoony@donga.com
김가영에게 당구는 생활 그 자체다. 운동 선수들은 보통 ‘업’으로 삼고 있는 종목 이외에 취미로 즐기는 운동이 하나씩은 있는 편이지만 어릴 때부터 당구장이 놀이터였던 김가영은 여가 생활도 바로 당구다. 다만 이 때는 포켓볼보다는 주로 3구를 친다고.
“어제도 시험 끝나고 하루종일 3구를 즐겼어요. 오늘부터는 본격적으로 3구를 쳐볼까 싶어요. 너무 재미있는데 대회가 별로 없어서 아쉬울 뿐이에요. 포켓볼은 프로로서의 내 일, 3구는 취미, 딱 그거에요.”
어느덧 가정을 꾸릴 나이가 된 김가영에게 이상형에 대해 물었다. 김가영은 유머러스하고 듬직하면서 카리스마 있는 사람이 좋다며 활짝 웃었다.
“제가 외국에서 오랫동안 혼자 살았잖아요. 그러다보니 간섭받는 것을 싫어하는 편이죠. 그런 제게 충고해줄 수 있는, 나이도 많고 경험도 많은 사람이 좋아요.”
사진=동아닷컴 오세훈 기자 ohhoon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