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국경 폐쇄하고 3중 경비… “탈북 발생땐 모두 처벌” 공언
中국경 주변 관광객 검문 20일 중국과 북한의 접경 도시인 지린 성 투먼의 국경 인근 지역에서 군인이 관광객들을 검문하고 있다. 이 지역은 평소에는 군인이 배치되지 않는 곳이어서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에 따라 국경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투먼=변영욱 기자 cut@donga.com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사망한 뒤 북한 당국이 북-중 국경을 폐쇄하고 경비를 대폭 강화해 북한주민들의 탈북 루트가 사실상 차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의 사망 사실이 발표된 지 이틀이 지나면서 북-중 접경지대에는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 통제 강화되는 북-중 접경지역
김 위원장의 사망 사실이 공개된 지 이틀째인 20일 북-중 교역의 70%가량이 이뤄지는 랴오닝(遼寧) 성 단둥(丹東)은 전날과 마찬가지로 겉으로는 특별한 움직임이 없었다. 공안이나 변경 경비가 강화된 장면은 포착되지 않았다.
관리원은 “보트 탑승객의 안전 때문에 운항을 못하게 한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외국 기자가 취재활동을 해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조선족 교포는 “1년 내내 개방했던 곳을 갑자기 폐쇄한다는 건 북한 쪽 취재를 제한하려는 조치”라며 “날씨만 차갑다 뿐이지 너울도 일지 않는 날에 왜 나루터를 폐쇄하겠느냐”고 말했다.
선상에서 기자가 본 압록강 건너 북한 초소들은 평소처럼 조용했다. 강폭이 좁은 곳은 20m에 불과해 항상 경비가 삼엄한 곳이지만 기자가 가까이 다가가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강가에 배를 수리하러 나온 민간인들은 말을 건네자 매우 신경질적으로 “(중국 쪽으로) 가라. 가라”며 고함을 질렀다.
단둥의 북한영사부는 전날처럼 분향소를 찾은 참배객들로 붐볐다. 특히 취재진들이 영사부 건물 밖에서 촬영을 하는 통에 교통이 막혀 현지인들의 불만을 샀다. 참배객들이 몰리면서 단둥 시내 꽃값이 급등하는 일도 벌어졌다. 평소에 5위안(약 900원)하던 국화 한 송이가 20위안(약 3600원)까지 뛰었다. 상인들은 “북한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이 꽃을 사가기도 했다”고 전했다.
20일 두만강변 북-중 접경 도시인 지린(吉林) 성 투먼(圖們)에는 무장 군인과 경찰의 경비가 평소보다 늘어난 것이 눈에 띄었다. 북한과 투먼을 연결하는 다리는 통행이 전면 금지되고 있었다. 일부 중국 관광객만 눈에 띌 뿐 이날 최저기온인 영하 18도 만큼이나 썰렁한 모습을 보였다. 무역을 위해 북한을 오가는 사람들이 반드시 거쳐야 했던 투먼 시 상무국 건물 내 출입국 수속 사무실의 출입문도 굳게 닫혀 있었다. 이 지역은 평소 관광객이 많이 찾아 군인들이 경비를 서지 않는 곳이다. 하지만 이날은 갈색 얼룩무늬 옷을 입은 군인들이 경비를 서고 있었다. 촬영을 위해 커다란 카메라를 들고 강가로 다가서자 군인들은 어디에서 왔느냐며 여권을 확인하기도 했다.
○ 국경 폐쇄 등 탈북 루트 차단
북한 전문매체인 데일리NK가 20일 함경북도 무산 소식통 등을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김 위원장 사망 직후부터 두만강과 가까운 국경에는 3중의 경비가 이뤄지고 있다. 국경 쪽에서 1선에는 국경경비대, 2선에는 교도대, 3선에는 기업소별로 나온 사람들이 구역을 맡아 경비를 서고 있다. 북한 당국은 이들이 맡은 구역에서 탈북자가 발생하면 담당자를 비롯해 단위 책임자까지 모두 처벌하겠다고 공언했다는 것이다.
중국 당국도 국경수비대의 병력을 크게 늘렸고 특히 접경지역에서 중국과 북한 간 휴대전화 통화도 사실상 불가능해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북-중 양측에서 국경 단속 강화에 나섬에 따라 남한 가족과 중국 브로커, 북한 주민으로 연계되는 탈북 루트가 사실상 차단된 것으로 보인다고 데일리NK는 전했다.
단둥=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투먼=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