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파탄… 민심 이반… 우상화 균열… 김정은 앞날 가시밭길
나이는 정확히 몇 살인지, 생모는 누군지, 어디서 공부했는지, 어떤 능력이 있는지 등이 전혀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단지 김 위원장의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어린 나이에 지도자가 된 김정은에 대한 반감도 상당하다.
○ 북한 주민, 언제까지 체념
현재 김정은 체제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감정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체념’이라고 할 수 있다. 김정은이 2010년 9월 후계자로 공식 발표된 뒤 북한 주민들은 공공연히 3대 세습에 불만을 드러냈다. 특히 어린 나이와 부족한 경험에 대한 불만이 가장 컸다.
군인을 비롯한 젊은 청년들도 “누구는 아버지 잘 만나서 누릴 거 다 누리는데, 난 이게 무슨 꼴인가”라며 김정은을 빗댄 푸념을 늘어놓곤 한다. 세 살에 한시를 쓰고 총을 쐈다는 등의 황당한 우상화 작업도 주민들의 조롱을 받고 있다.
그런데도 민주주의 체제를 경험해보지 못한 북한 주민들은 조직적 저항은 생각하지 않는 듯한 모습이다. 60년 왕조 체제에 갇혀 살아온 한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기존 간부층을 중심으로 김정은에 대한 반감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어 주목된다. 김정은이 아버지의 권력을 하나하나 물려받는 과정에서 세대교체 명목으로 기존 간부층을 과격하게 제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짧은 기간에 권력을 물려받아야 한다는 조급증에 빠져 있는 김정은은 지난 1년간 ‘부정부패를 청산한다’는 명목으로 칼날을 휘둘러왔다. 체제보위의 핵심인 국가안전보위부만 해도 지난해 초 무자비한 숙청이 벌어져 상당수 고위 간부가 총살되거나 정치범 수용소로 끌려갔다. 올해 초에도 류경 부부장을 비롯해 각 지방 고위 간부들까지 같은 신세가 됐다.
○ 김정은의 유일 자산은 공포정치?
김정일은 1974년 후계자로 공식 발표된 뒤 1994년 통치자로 등극할 때까지 근 20년의 후계자 수업 기간을 거쳤다.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는 김정일이 1985년부터 김일성을 제치고 사실상 최고지도자 역할을 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김정은은 후계자로 발표된 뒤 불과 1년 3개월의 짧은 ‘수습’ 기간만 거치고 통치자로 등극하게 됐다. 후계자로 발표되기 전에도 김정일은 중앙당에서 10년 넘게 일하면서 차곡차곡 통치기반을 다졌지만 김정은은 그런 과정이 없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김정일이 권력을 승계했을 때와 현재의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는 점이다. 사회주의 붕괴와 함께 경제는 어려워졌지만 대다수 공장과 기업소가 정상적으로 가동됐고 주민들은 월급과 배급으로 생활 유지도 가능했다. 김일성에 대한 지지도 높았기 때문에 김정일에 대한 주민들의 거부감도 크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완전히 다르다. 김정은이 물려받은 유산은 △등 돌린 민심 △파탄 난 경제 △무너진 우상화 △구멍 뚫린 정보 통제 △고립된 대외환경 △관리들의 부정부패 △갈수록 충성심이 약해지는 군대로 요약할 수 있다.
하지만 여론이 급속히 악화되면서 ‘북한판 김재규’가 나오거나 대량 탈북사태가 벌어질 개연성이 크다. 공포정치만으로는 현재의 파탄 난 북한을 계속 이끌어갈 수 없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든 체제 개혁을 할 수밖에 없는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