恭儉(공검)은 사람들을 대할 때 태도를 겸손하게 갖고 자신을 검속하는 것을 말한다. 儉은 물자를 낭비하지 않고 생활을 儉素(검소)하게 하며 갖가지 행사 절차를 모두 검약하는 것을 말한다. 禮下는 아랫사람을 欺瞞(기만)하지 않고 禮遇(예우)하는 것을 말한다. 取於民은 백성에게서 세금을 취한다는 뜻이다. 有制는 일정한 제한이 있다는 말이니, 制는 節用(절용)과 같다. 恭儉은 어진 군주의 신상에 관한 말, 禮下와 取民有制는 어진 군주가 恭儉의 태도를 미루어나가 정치에 시행하는 것을 두고 한 말로 볼 수도 있다.
고려 성종의 求言에 응하여 崔承老(최승로)는 상소를 올려 고려 역대 왕들의 정치에 대해 논평하면서, 光宗이 처음에는 정치와 교화에 힘을 기울였으나 귀화한 雙冀(쌍기)를 지나치게 우대하고 중국의 풍속을 존중하여 백성들의 재물을 소모시켰으며 말년에는 죄 없는 사람을 많이 죽였다고 지적하고, ‘만약 광종께서 항상 恭儉과 節用만 생각하여 즉위한 처음처럼 政事에 부지런하였더라면 어찌 그 수명을 겨우 50세만 누리셨겠습니까’라고 아쉬워했다. 고려 때 관료는 중국의 고사에 빗대어 에둘러 말하지 않고 역대 국왕들의 失政을 곧바로 비판할 만큼 당直(당직·말이 충성스럽고 곧음)을 숭상했던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