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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이후 北, 어디로] 김일성大 출신 주성하 기자가 전망하는 ‘김정은 리더십’

입력 | 2011-12-22 03:00:00

“나의 정치는 정보정치”… 밀실통치 답습할 듯




‘김정은의 북한’은 ‘김정일의 북한’과 얼마나 다를까. 이를 알려면 김정은의 통치 스타일을 파악해야 한다. 독재 체제에서는 통치자의 성향과 스타일에 따른 정치행위와 용인술이 국정의 향방, 나아가 국가의 운명까지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변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김정은 체제가 김정일 체제와 크게 다를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 “나의 정치는 정보정치”

아직까지 김정은이 어떤 방식으로 국정을 운영할지를 파악할 수 있는 단서는 많지 않다. 불과 1년 3개월 전에 모습을 드러낸 그는 지금까지 아버지의 현지시찰을 열심히 따라다닌 것이 고작이다.

하지만 김정은이 후계자가 된 뒤 북한 소식통들의 전언을 통해 살펴보면 그가 아버지 못지않은 비밀주의와 폐쇄주의를 추구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김정은이 후계자로 등극한 뒤 노동당이나 군부에 앞서 국가안전보위부를 장악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이달 초 보위부에 걸렸던 김정은의 ‘명제판’(김일성 일가의 교시를 적어 벽에 걸어 놓은 글 판)이 철거됐다고 전했다. 이 명제판은 2009년 3월 23일 보위부 청사를 찾은 김정은이 “수령님은 광폭정치를, 장군님은 은덕정치를 펼쳤지만 나의 정치는 정보정치가 될 것입니다”라고 했다는 발언을 딴 것이다.

이 명제판은 김정은 생일인 올해 1월 8일 전국 보위부 간부 방에 설치됐지만 ‘정보정치’가 폭군이나 모략가를 연상케 한다는 의견 때문에 1년도 안 돼 철거됐다. 최근 북한의 전례 없는 국경 봉쇄와 탈북자 사살도 김정은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소식통들은 전한다.

김정은의 젊은 혈기와 즉흥성이 앞으로 북한을 더욱 극단으로 치닫게 할 가능성도 크다. 소식통들은 지난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 황장엽 암살단 파견 등 이해하기 어려운 무모한 정책의 배후에 김정은이 있다고 전한다.

○ 김정일 통치방식 얼마나 본받나


경험도 적고 나이도 어린 김정은으로서는 당분간 아버지의 통치방식을 그대로 답습해 북한을 이끌고 갈 가능성이 많다. 더욱이 김정은에게 조언해줄 측근 역시 김정일의 기존 핵심 측근들로 은둔의 정치방식 외엔 보고 들은 것이 없다는 한계가 있다.

김정일의 통치 스타일은 △측근 중심의 밀실정치 △‘병 주고 약 주고’ 식의 용인술 △대중 노출을 최소화하는 신비화 전략으로 요약된다.

김정일은 소수의 엘리트그룹에 의존해 정책을 결정하고 자신의 지시를 대부분 노동당 일꾼과의 담화 형식으로 하향 전달했다. 또 마음에 들지 않는 간부는 ‘혁명화’로 한직에 내쳤다가 다시 발탁하고 복종하는 자에겐 선물 공세를 퍼붓는 방식으로 충성심을 이끌어냈다.

대중 앞에 나서길 좋아했던 김일성과는 달리 김정일은 노출을 매우 꺼렸다. 화려하게 포장된 자신의 이미지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자신을 ‘한없이 자애로운 인민의 어버이’로 끊임없이 주민들을 세뇌시켰다.

김정은의 후계자 공식화 이후 북한 내의 대대적 숙청, 국경을 통한 탈북 단속 강화 등 음울한 소식은 그가 아버지의 스타일을 그대로 배우고 있음을 엿보게 한다. 아버지 못지않게 콤플렉스가 많은 김정은은 ‘은둔의 욕망’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김정은도 ‘새로운 지도자’를 기대하는 북한 주민들의 염원과는 거리가 먼 인물일 수밖에 없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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