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서린, 스타일 여왕 등극… 하의실종 패션 시선집중
올 7월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 IOC 총회에 참석한 김연아 선수의 ‘케이프 패션’은 ‘김연아 더반룩’으로 한동안 화제의 중심이 됐다. 김연아 선수 뒤로 나승연 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 대변인이 보인다. 10월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레드카펫에서 파격적인 드레스를 선보인 배우 오인혜와 ‘알렉산더 매퀸’의 웨딩드레스로 화제가 된 캐서린 영국 왕세손비(위부터 시계 반대방향). 연합뉴스·동아일보DB·AFP 연합뉴스
동아일보 스타일매거진 ‘위크엔드3.0’은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올해 대한민국 국민의 마음을 흔든 ‘올해의 패션, 베스트 7’을 선정했다. 패션사에 길이 남을 패셔너블한 걸작이 아니더라도 경제적 사회적 심리적 파급력이 컸던 패션이라면 ‘올해의 룩’에 이름을 올리기로 했다. 아이템 선정에는 패션트렌드분석업체 전문가들인 박은진 트렌드포스트 수석연구원, 조길우 PFIN 선임연구원, 김정희 삼성패션연구소 팀장이 참여했다.
김연아 케이프 패션
김연아가 알린 것이 평창만은 아니었다. 7월 2018년 겨울올림픽 개최지 결정을 위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 프레젠테이션 때 김연아가 선보인 케이프 패션은 언론에 노출된 순간부터 온라인 검색 순위 1위가 됐다. 제일모직 ‘구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정구호 전무가 김연아를 위해 직접 디자인한 이 케이프는 대중적인 인지도에 힘입어 8월 초 ‘구호’를 통해 정식 출시됐다. 직선적인 커팅이 돋보이는 케이프 디자인은 프레젠테이션 도중 손을 들 때마다 안쪽의 살구색 안감이 살짝 보이면서 엄숙한 분위기를 누그러뜨릴 수 있게 계산돼 만들어졌다. 이와 함께 입은 일자형의 블랙 원피스, 제일모직이 수입 판매하는 ‘토리버치’ 핸드백 등 김연아의 ‘더반 룩’ 전체가 화제가 됐다. 케이프와 원피스의 첫 생산물량은 7월 사전 예약한 고객들에게 먼저 전달되면서 일주일 만에 ‘완판’을 기록했고,
오인혜의 ‘아슬아슬’ 드레스
대한민국 여배우들의 드레스들은 2000년의 ‘김혜수 드레스’ 이전과 이후로 나뉘었다. 2000년 청룡영화제에서 가슴의 윗부분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구치’ 드레스를 입은 그의 모습은 각종 스포츠지 1면을 차지했다. 지금 보면 애교 수준인 그의 노출 드레스를 두고 전국은 들썩였고 보수적인 어른들은 혀를 찼다. 이때 노출의 마지노선의 사회학에 관심을 가졌던 기자는 2011년 11년 만에 엄청난 금기가 또다시 허물어지는 현장을 목격했다.
올 10월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때부터 세상은 ‘오인혜 드레스’로 노출의 마지노선을 논한다. 소속사도 스타일리스트도 없던 이 무명 배우는 웨딩드레스숍에서 돌고 돌다 낡은 빨간 드레스를 빌려다 직접 손질해 입었다고 밝혔다. “노출의 적정 수위를 몰랐다”고 해명했지만 그가 입음으로써 대한민국 드레스의 수위는 또 한 단계 격상(?)했다. 버스트포인트(BP·Bust Point)와 그 주변만 일부 가린 채 가슴의 윤곽과 질량을 투명하게 드러낸 이 드레스는 많은 이들을 설레게, 기쁘게, 또 놀라게 했다.
레드카펫 드레스는 이처럼 무명의 배우, 또는 한동안 잊혀졌던 배우를 단숨에 대중의 관심 속에 불러들이는 무기가 된다. 2007년 10월 제12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김소연이 입었던 ‘에마뉘엘 웅가로’ 드레스와 2008년 4월 제44회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에서 모델 출신 배우 최여진이 선보인 ‘미소니’ 드레스 역시 가슴 아래 부위까지 V자로 깊게 파지는 형태로 세간의 화제가 됐다. 그러나 오인혜 드레스가 등장하고 말았으니, 앞으로 여배우가 노출 수위로 대중을 놀라게 하기 위해서는 적잖은 용기와 결단이 필요할 듯하다.
캐서린의 웨딩드레스
올 4월 29일 윌리엄 왕세손과 결혼한 캐서린(케이트 미들턴) 왕세손비가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도착한 순간 전 영국민 아니, 세계의 시선은 그의 웨딩드레스로 쏠렸다.
캐서린 왕세손비는 영국의 의류 브랜드 ‘지그소(Jigsaw)’의 액세서리 바이어로 일한 경력이 있다. 결혼 전 드러난 파파라치 컷에서도 캐주얼과 정장을 모두 훌륭하게 소화해 그를 ‘포스트 다이애나’로 부르기도 한다. 그를 영국은 패셔니스타로 추앙하고 싶어 한다. 370억 파운드 규모의 영국 패션 산업에 ‘로열 패밀리룩’만큼 훌륭한 글로벌 마케팅 수단은 없기 때문이다. 그가 영국 브랜드인 ‘버버리’와 ‘멀버리’ ‘톱숍’을 즐겨 입는 데도 이런 이유가 담겨 있다. 패션은 곧 정치이기에.
‘샤넬’의 올 봄여름 컬렉션에서 선보인 숏 팬츠(왼쪽) 트렌드포스트 제공, ‘루이뷔통’의 올 가을겨울 컬렉션에 등장한 섹시한 레인부츠(오른쪽). PFIN 제공
패션에서는 ‘테러리스트’에 가까운 고(故)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2011년 ‘올해의 패션’의 한 꼭지를 장식하게 된 것은 그를 따르는 추종자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박은진 수석연구원은 특히 그가 프레젠테이션 때마다 즐겨 신고 나와 화제가 된 ‘뉴발란스 993’ 운동화를 눈여겨볼 아이템으로 꼽았다. 그가 즐겨 쓰던 ‘루노’ 안경(495달러)과 ‘세인트크로이’ 블랙 터틀넥(175달러), ‘리바이스501 청바지’(44달러) 등도 덩달아 화제가 됐다.
하의는 어디로?
너무나 길이가 짧은 나머지 하의가 실종된 듯한 느낌을 준다는 뜻의 ‘하의 실종’ 패션은 캣워크와 연예계에서 모두 핫이슈로 꼽혔던 스타일이다. 가인 서인영 구하라 등 여성 아이돌 스타들이 마이크로 미니스커트를 입고 나오면서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또 올 봄 여름을 겨냥한 해외 패션쇼에서도 너무 짧지만 시크한 하의 실종 패션이 대거 선보여졌다. ‘샤넬’은 특유의 트위드 소재를 그대로 활용하면서도 짧은 길이의 하의를 매치해 젊은 느낌의 감성을 선보였다.
‘에르메스’ 백을 패러디한 19만 원짜리 ‘진저백’. 매그앤매그 제공·EPA 연합뉴스
명품 브랜드의 로고나 디자인을 의도적으로 차용한 ‘페이크 패션’이 화제가 되면서 특히 에르메스의 대표 모델을 본뜬 ‘진저백’이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진저백’은 홍콩 브랜드로, 버킨백과 켈리백을 나일론 소재 천에 프린트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샤넬’의 올 봄여름 컬렉션에서 선보인 숏 팬츠(왼쪽) 트렌드포스트 제공, ‘루이뷔통’의 올 가을겨울 컬렉션에 등장한 섹시한 레인부츠(오른쪽). PFIN 제공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