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명령1호’ 발령뒤파주 도라산전망대 가보니
전방에 몰린 취재진 22일 경기 파주시 통일대교 남단에서 내외신 취재차량들이 판문점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지어 기다리고 있다. 이날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후 처음으로 공개됐다. 파주=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북한군은 19일 ‘훈련을 중지하고 즉각 소속 부대로 복귀하라’는 내용의 ‘김정은 대장 명령 1호’가 발령된 뒤에도 외견상 차분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전망대에서 불과 2.145km 떨어진 북한군 감시초소에는 병사들이 남측을 바라보며 차분하게 보초를 서고 있었다. 인근 참호 속으로 들어가는 병사도 보였다. 육안으로 북한군이 늘어났다는 변화는 보이지 않았다. 육군1사단 정훈장교 서정훈 대위(33)는 “특이한 동향은 관찰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기정동 마을에서는 논두렁 사이를 걷는 주민의 모습이 관찰됐다. 노을이 지기 시작하자 주민 2명은 볏짚을 쌓았다. 간혹 자동차가 오가거나 건물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주민들의 단체 추모행렬은 보이지 않았다. 멀리 개성 송악산 아래에는 콘크리트로 지은 아파트도 여러 동이 보였다. 도라산전망대는 여전히 관광객들이 찾고 있었다. 한 외국인 관광객은 “북한의 모습은 생각보다 차분해 보인다”고 말했다.
오후 4시 판문점 북측 건물인 판문각 창에는 모두 커튼이 내려져 있었다. 병사 1명만 밖으로 나와서 쌍안경을 들고 남측을 바라봤다. 잠시 뒤 또 다른 병사 1명이 건물 밖으로 나왔다가 들어갔다. 이후 병사 1명은 쌍안경을 내리고 부동자세로 서 있었다.
북한군의 조용한 모습은 평소와 사뭇 다르다. 9월 국회 국방위원들이 판문점 내 군사정전위원회 회의실을 찾았을 때 북한군 병사는 판문각에서 내려와 창밖에서 안을 들여다봤다. 국방위원들이 군사분계선 앞에서 기념촬영을 찍었을 때는 등 뒤까지 바짝 붙어 서 있었다. 이날 공동경비구역(JSA)에는 한국군 병사 5명만 북측을 향해 배치됐다. 군 관계자는 “북한 측 관광객도 매일 30∼40명 판문점을 찾는다”며 “김 위원장 사망 이후 방문객의 수가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미2사단 신병들은 이날 ‘한국 문화 이해하기’ 행사로 판문점을 찾았다.
한편 제임스 서먼 유엔군사령관(육군 대장)은 이날 오후 김 위원장 사망 이후 처음으로 판문점과 JSA경비대대를 찾아 경계태세를 점검했다. 서먼 사령관은 “경계태세에 각별히 신경 써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파주=이유종 기자 pe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