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 카스트관(觀)에 따르면 높은 신분에 속하는 사람은 낮은 신분인 사람 곁에만 가도 부정(不淨)을 탄다고 인식한다. 계급이 다른 남녀의 결혼은 금지됐고 직업은 세습됐다. 카스트는 인도 사회의 안정성을 높인 효과는 있었지만 애국심이나 애향심을 가로막고 사회를 정체시키는 부정적 영향이 훨씬 컸다. 인도는 1947년 영국에서 독립한 뒤 법률상으로는 차별적 신분제를 철폐했지만 사회관습으로 깊게 뿌리 내린 잘못된 의식을 없애기는 쉽지 않았다.
▷프랑스 파리에서 발간되는 영자지(英字紙)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이 “3000년 이상 인도를 지배해온 신분제도인 카스트가 빠른 경제성장으로 무너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독립 후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택했던 인도는 1991년 자유시장경제로의 전환이라는 역사적 선택을 한 뒤 경제가 급속히 발전했다. 이 과정에서 불가촉천민을 포함해 하층계급 출신자 중 기업가 정신과 자질을 가진 사람들이 성공 신화를 만들어 내면서 신분제가 흔들리고 있다. 카스트의 유산과 편견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눈여겨볼 만한 흐름이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