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인을 위한 만인의 울타리’ 6개 대륙 감싸안다
경기 수원시 팔달구 지동에 위치한 수원제일교회는 화성(華城) 성곽에서 불과 200m 떨어진 곳에 있다. 1953년 작은 규모로 출발한 이 교회는 지역 주민과 국내외 소외된 이웃에게 화성과 같은 울타리가 되고 있다. 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농촌지역 어린이들과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는 자원봉사자들. 수원제일교회 제공
16일 오전 찾은 수원제일교회(예장 합동)는 화성 성곽에서 불과 200m쯤 떨어진 팔달구 지동에 있다. 중세 고딕 양식으로 우뚝 선 교회는 성곽 주변 어디에서든 한눈에 들어온다. 이규왕 담임목사(64)는 “가려진 교회가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드러난 교회인 만큼, 지역 주민을 위한 빛과 소금의 사명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교회임을 자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교회는 지역 홀몸노인을 위한 푸드뱅크와 노인대학, 중국인 노동자와 유학생을 위한 치과 의료 봉사 등을 펼치고 있다. 몇 년 전부터는 일요일마다 노숙인들을 교회에 초대해 왔다. 식사 제공뿐 아니라 이들만을 위한 별도의 예배를 신설해 교인들과 동등하게 마음의 쉼터를 제공한다.
교회는 울타리 되기 운동을 일찌감치 해외로 확장했다. 1987년 아프리카 케냐에 파견된 최명온 선교사는 현지에서 20여 년째 머물며 마사이족을 돕고 있다. 키베라 지역에 유치원을 세운 것을 시작으로 마차코스, 키암부, 타가니아, 무웨아, 키안자이 등 다른 지역으로 지원을 넓혀가고 있다. 초·중등학교, 기숙사 건립과 아울러 현지인들의 ‘삶의 질’과 직결된 우물 공사, 태양전지 발전을 이용한 전기 공급 등도 돕고 있다. 이 밖에 탄자니아, 팔레스타인, 브라질,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다양한 지역에서 20명의 선교사가 활약 중이다.
일방적 원조가 아니라 ‘스스로 돕도록 돕는다’는 게 현지 봉사의 원칙이다. 한국에서의 현금·물자 조달에 더해 현지인들의 토지 기부 등을 유도해 ‘우리가 함께 이뤄냈다’는 자존감을 심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규왕 목사는 “물량적 원조만 하면 선교사가 떠나고 난 뒤 분쟁의 불씨를 남기는 사례를 봐왔다. 선교사와 친분이 있는 이들만 특권을 누리는 경우도 있었다”며 “이런 일을 방지하고, 성경에 나오듯 ‘고기를 잡아주는 게 아니라 낚시하는 법을 가르치자’는 생각에 교육 사업과 자립 사업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1953년 황해도 출신 피란민들이 중심이 돼 ‘동광교회’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수원제일교회에 이 목사가 부임한 것은 1999년. 그는 빈농 가정에서 태어나 어렵사리 야간으로 공대를 졸업했다. 고학으로 대학까지 마친 그가 목사 안수를 받는다고 하자 집안의 반대가 컸다. “내가 나의 길만 가도 고난과 어려움이 있는데 어차피 어려운 인생, 남들 도우며 그 고난을 감당하는 게 더 보람될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19세 때까지 절에 다니던 그는 결국 목회자가 됐지만 개신교의 ‘배타성’만큼은 맘에 들지 않았다고 한다. “교인들에게만 천착하지 않고 많은 사람을 보듬는 교회를 만들어야겠다는 신념은 여전합니다.”
수원제일교회 내 예배당 전면에는 십자가가 없다. 그 대신 그 자리에는 6개의 직사각형 패널이 입체적으로 걸려 있었다. “작은 교회로 출발했지만 6개 대륙, 즉 세계 전역에 걸쳐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자는 다짐입니다.”
수원=임희윤 기자 imi@donga.com
▼ 이규왕 목사의 ‘내가 배우고 싶은 목회자’ 박성규 목사 ▼
변화와 혁신 이끄는 ‘긍정의 힘’ 놀라워
그는 군목 출신으로 40대 후반의 비교적 젊은 나이에 80년 역사의 부전교회에 부임했다. 오래된 교회는 변화하기 어렵다는 통념을 깨고 그는 완전히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교회를 추스르고 부산 전체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데 헌신하겠다는 청사진을 펼쳤다. 박 목사는 지난 과거의 아쉬웠던 것을 긍정의 방향으로 바꿀 수 있는, 힘 있는 목회자다. 앞으로도 쭉 지켜보고 배워야 할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