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한국과 미국 정보당국의 대북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최전방 지역은 물론이고 후방 지역에도 가짜 무기를 다수 배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식량난으로 정상적 유지가 힘들어진 북한군 병력과 장비의 열악한 실태를 숨기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25일 군 정보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달부터 나무와 대형 기구(氣球) 등으로 만든 전투기와 탱크, 야포 모형 등 가짜 무기들을 휴전선(MDL) 인근 최전방 지역을 비롯해 후방지역 곳곳에 대거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한국군이 서해 5도에 다연장로켓(MLRS) 같은 타격 전력을 대대적으로 보강하자 북한은 가짜 무기를 서해 5도 맞은편 서해안 기지 등 전방지역에 일부 배치했으나 최근엔 후방지역에까지 이런 가짜 무기들을 배치한 사실이 파악됐다는 것이다.
북한은 1991년 걸프전을 계기로 미군의 폭격방식을 연구해 이후부터 가짜 무기들을 실제 무기와 섞어 배치하거나 일부만 보이게 하는 수법을 도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첩보위성이나 무인정찰기(UAV)를 이용한 한미 정보당국의 대북 감시망을 피하거나 혼선을 유도하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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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고위 소식통은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첩보위성이나 UAV 등 정보 감시망이 크게 강화되면서 유사시 아군의 정밀타격으로부터 실제 무기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기만전술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김정은 후계체제에서도 북한군의 전투태세에 문제가 없고 오히려 더 강화된 것처럼 보이기 위해 가짜 무기와 같은 교란전술에 치중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선 북한이 부품 부족과 정비 불량으로 인한 노후전력의 실상과 식량난 악화로 초래된 부대 운용의 이상 신호를 숨기려는 의도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른 소식통은 “식량난이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평양방어사령부와 특수부대를 제외한 대부분의 북한군 부대가 식량배급에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다”며 “이로 인해 최근 탈영이 급증하고 병력과 장비의 정상적 운용에도 많은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