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에서는 지도자의 사랑도 대를 잇는다고 믿는 모양이다. 김정일 역시 북한 매체에 따르면 사랑의 화신이었다. 2005년 노동신문은 불난 집에서 김일성과 김정일 초상화를 먼저 꺼낸 뒤 아내를 구하려다가 숨진 남자를 소개하면서 “김 위원장이 이 소식을 보고받고 온 나라가 알도록 해주시는 은정 깊은 사랑을 베풀었다”고 전했다. 이런 ‘사랑’ 속에 생겨난 북한사람의 ‘충성심’은 우리도 목격한 바 있다. 2003년 대구 유니버시아드 때 북한에서 온 ‘미녀 응원단’은 김정일 사진이 담긴 플래카드가 빗속에 방치돼 있다며 끌어안고 통곡했다.
▷당시 북한 출신 배우 겸 가수 김혜영 씨는 어릴 때부터 받은 이념교육 때문에 그런 반응이 나온다고 했다. 미국 뉴욕타임스의 니컬러스 크리스토퍼는 “북한에선 집집마다 벽에 붙어있는 스피커에서 종일 선전이 나온다”며 더욱 놀라운 점은 여기엔 켜고 끌 수 있는 스위치가 없다는 사실이라고 전했다. 정치적 반대만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생각까지 지배한다는 점에서 “북한은 세상에서 제일가는 전체주의 국가”라며 크리스토퍼는 북한 주민들의 애도가 진정일 수 있고, 북한은 금방 무너지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