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부로 한류 익힌 광팬들 농담까지 알아들어
프랑스에서 만난 관객들은 한국어로 된 손팻말을 들고 한국 가수들에게 열광했다. 그룹 ‘샤이니’ 멤버 키가 “‘메이드 바이 한국’ 케이팝의 위력을 느낀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샤이니’ 멤버 키
‘케이팝의 유럽 침공’이라고 불린 6월 파리의 SM타운 공연은 지난해 9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SM타운 공연이 끝난 후 아이디어가 나오기 시작했다. 당시 1만5000석이 넘는 객석을 꽉 채운 관객 중 70% 이상이 외국인인 것을 본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프로듀서가 ‘유럽 무대에도 설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된 것이다.
“주변에서 ‘무모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어요. 소속 가수인 저도 ‘아시아 가수가 유럽에서 공연을 하긴 어렵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죠.”
예정된 공연이 엎어지는 일은 다반사였으니 파리 공연도 그럴 줄 알았다. 그런데 거짓말처럼 6월 공연 날짜가 잡혔고 멤버도 ‘동방신기’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샤이니’ ‘f(x)’ 31명으로 확정됐다. 이어 티켓을 판매한 지 10분 만에 전석 매진되면서 루브르 박물관 앞에서 추가 공연을 요구하는 시위가 일어났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제야 ‘진짜 우릴 좋아하는 팬들이 그곳(유럽)에도 있나 보다’ 하는 생각에 설레기 시작했다.
그러나 진짜 열기는 현지에 도착해서야 실감할 수 있었다. 파리 드골 공항에 1500명이 넘는 현지 팬이 몰려들었고, 공항경찰 30여 명과 경호원의 보호를 받고서도 공항을 빠져나오는 데 30분 이상 걸렸다. 공연 전날 밤 화보 촬영을 위해 파리 시내를 거닐 땐 자신들을 알아보는 수많은 유럽 ‘광팬’과 마주쳤다. 일부는 말도 건네지 못하고 줄줄 눈물만 흘렸다. “자주 못 보는 케이팝 가수여서인지, 유럽 팬들은 우릴 보고 정말 많이 감동하더라고요.”
공연 당일 팬들의 옷차림을 보고 또 한번 기겁을 했다. “샤이니가 1집 때 입었던 색색의 ‘스키니 진’을 따라 입고 왔더군요. 패션의 중심지인 파리에서 우리 옷을 따라 입는 사람들을 보고 느낀 놀라움이란….”
유럽 팬들에겐 ‘가사를 따라 부르는 노래’와 ‘춤을 따라하는 노래’가 따로 있었다. ‘루시퍼’(샤이니) ‘왜’(동방신기) ‘소원을 말해봐’(소녀시대)는 따라 불렀고, ‘링딩동’(샤이니) ‘쏘리쏘리’(슈퍼주니어) ‘지’(소녀시대)는 따라 추었다. 그래서 파리 공연의 마지막 노래는 모두가 신나게 출 수 있도록 ‘쏘리쏘리’로 정했다. 미국 일본 공연에서 마무리는 늘 ‘H.O.T’의 ‘빛’이었다.
키는 파리 공연에서 한마디로 “‘메이드 인 코리아’가 아니라 ‘메이드 바이 코리아’가 갖는 경쟁력을 몸으로 느꼈다”고 했다. “케이팝의 확산 가능성을 확인한 게 그날의 큰 수확이자 감동이죠. 미국이나 유럽에선 아직도 케이팝을 모르는 사람이 많아요. 단지 마니아층이 생겼을 뿐이죠. 하지만 그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어느 나라의 팝과 비교하더라도 더 좋은 노래를 부르고 싶어요. 제 또래 가수들과 나란히 말이죠.”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