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펑(朱鋒)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김정은이 맞이한 환경은 1994년 김일성 주석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김정일이 권력을 잡았을 때보다 더 열악하다. 김정은은 핵무기를 싣고 망망대해로 출항한 작은 배의 선장이나 다름없다. 이 배에는 세뇌된 군인들도 있지만 밥을 떠먹여 줘야 하는 인민들도 있다.
‘포스트 김정일 시대’의 북한이 겪을 변화는 이들 유산의 복잡한 상호작용과 외부의 충격으로 규정될 것이다. 가장 먼저 예상할 수 있는 변화는 북한 정권 내부의 권력다툼이다. 김정일 이후 북한을 움직이는 가장 중요한 변수는 김정은이 최고 지도자로서 권력을 이양받을 수 있느냐가 아니라 김정은 배후의 권력층이 단결할 수 있느냐다.
김일성과 김정일도 권력을 잡는 과정에서 이런 일들을 겪었다. 하지만 반대파에 대한 숙청 작업을 통해 오히려 권력을 공고히 해왔다. 그러나 20대의 김정은이 파워게임을 주도적으로 풀어낼지는 미지수다.
고질적인 식량난과 새 정부의 경제운용 능력 부족도 중요한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 당장은 북한 군인과 인민들이 김 위원장 서거의 슬픔에 잠겨 있기 때문에 가시적인 사회 혼란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내년 봄이 되면 춘궁기가 닥쳐온다. 식량난이 극심해질 것이다. 여기에 지도부 내 권력다툼이 심화되고, 군인들이 새 정부에 불만을 갖게 되는 등 제반 요인이 엉키면 북한 사회에 돌이킬 수 없는 큰 충격을 안겨줄 것이다.
특히 지금처럼 핵 문제를 풀지 못하고, 개혁개방을 거부한 채 안으로 움츠러든다면 먹고사는 문제는 더 악화된다. 이는 곧 사회의 불안정성을 자극하는 기폭제로 작용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남북 간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들 수 있다. 김정은 정부는 선대 정부와 달리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과 같은 군사행위를 취할 가능성이 희박하다. 이제 막 정권을 잡았기 때문에 김 위원장 장례 이후 민심 확보, 사회 안정 등 현안을 처리하기도 벅차다. 이 때문에 현재로선 아버지와 달리 한국을 상대로 도발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이처럼 민감한 시기이기 때문에 역으로 휴전선 인근에서 발생한 우발적인 소규모 교전이 대규모 군사행동으로 비화할 수 있다. 위기관리 능력이 취약해져 있기 때문이다.
주펑(朱鋒)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