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주가 김정일, 장성택이 南서 배워온 폭탄주 즐겨
애주가였던 김정일이 젊은 시절 즐겨 마셨던 유명 양주 중 하나인 리처드에네시. 루이 13세와 함께 최고급 코냑으로 불린다. 한 병 가격은 고급 에네시의 세 배 이상이라고 한다. 동아일보DB
그의 젊은 시절 술버릇은 상상만 해도 충분히 짐작이 된다. 마를 줄 모르는 외화, 세계에서 수입하는 특수 식품들, 마음만 먹으면 삼천궁녀의 대령도 가능한 절대권력, 그만한 자리에서 부귀영화를 못 누렸다면 말도 안 된다. 냉정하게 상상해 봐도 그는 평생 산해진미를 차려 놓고 여성들의 치마폭에서 달콤한 술만 마셨을 것이다. 상상은 물론이고 꿈마저 이룬 황태자가 정치학습에 지쳐 쓰디쓴 술을 먹고 울어본 적 있는 노동자, 농민의 슬픔을 조금이라도 알기나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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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은 중년기 키 160cm에 체중 80kg으로 비만이었다. 오랫동안 만병의 근원인 비만이었던 것은 역설적으로 자신의 건강에 대한 애착이 없었다는 의미일까. 그의 사망 원인인 심근경색은 40대부터 있었던 일종의 심장질환이다. 그는 2007년 5월 독일 심장센터 의료진을 평양으로 불러 심장수술을 받았다. 북한에서 과거 김일성과 김정일은 어떤 수술도 신분을 철저히 숨기고 받았다. 수술환자가 수령임을 알면 의료진이 긴장하고, 그로 인한 실수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로부터 15개월 만인 2008년 8월 김정일은 갑작스러운 뇌중풍 발작을 맞았다. 이때 세계적 뇌신경 전문의인 프랑스의 프랑수아그자비에 루 박사 등 10명의 의료진을 평양으로 불러 치료를 받았다. 그를 수령으로 모신 혁명적 영광을 안고 사는 북한의 2000만 인민은 굶주림과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풀뿌리로 생명을 연장하는 가난 속에 산다. 김정일이 인민의 생명을 자기 생명의 1만분의 1만큼이라도 소중히 생각한 지도자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만약 김정일이 뇌중풍 후유증으로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서 국정을 운영했다면 우리는 시한폭탄을 안고 살얼음판을 지나듯 살았을 것이다. 17년 전 죽은 김일성의 유훈대로 국가정책을 실시하는 북한 위정자들은 설령 김정일이 병상에서 의식불명 중에 핵전쟁 버튼을 눌렀다고 해도 무조건 따랐을 것이다. 그렇게 안 된 것은 천만다행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