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내 문제에 대처하는 한-미 학교의 차이韓 “그것까지 어떻게…” 무책임美 “그것도 어떻게든…” 무한책임
학교 폭력은 교사의 눈을 피해 때로는 은밀하게, 때로는 노골적으로 일어난다. 학교의 소극적인 대처가 문제를 더 키운다는 지적이 많다. 동아일보DB
학교 측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김 양은 부모와 학교에 일렀다는 이유로 더 괴롭힘을 당했다. 김 양이 자살한 후에도 학교는 교통사고로 죽었다며 쉬쉬했다. 처음에 부모가 말했을 때 학교가 적극적으로 나섰으면 막을 수 있었던 일이다.
학교폭력과 왕따가 방치할 수 없는 수준까지 이른 데는 이처럼 학교와 교육당국의 소극적인 대처와 무관심이 영향을 미쳤다.
▶ (영상) “니 내일 죽인다” 자살학생이 받은 문자메시지
교육과학기술부 자료에 따르면 연도별 학교폭력 심의건수는 2008년 8813건, 2009년 5605건, 2010년 7823건. 수치만 보면 2009년에는 문제가 크게 줄었지만 첫 발표 이후에 부담을 느낀 상당수 학교가 보고 자체를 기피한 결과라고 교육계는 지적한다.
학생 사이 폭력과 왕따 문제를 방치하거나 소홀히 처리했다는 이유로 교사가 징계를 받는 일도 거의 없다.
교과부와 시도교육청은 교원 징계현황을 성폭력, 금품수수, 성적조작 같은 식으로 구분하는데 학교폭력 지도와 관련한 항목은 없다. 따로 집계할 필요가 없을 만큼 아주 드물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폭력이나 왕따 문제를 교사의 비위행위라 할 수 없고 교사가 상황을 조장했다고 볼 수도 없다. 이런 일로 징계를 받은 사례는 없었다”고 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김동석 대변인은 “학생들은 학교와 교사, 학부모가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면 문제 행동을 많이 자제하는 경향을 보인다. 학생이 자신의 상황을 안심하고 털어놓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교사들이 적극적으로 지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 美 대학은 “자살징후 학생 적극조치 안해” 유족에 거액 배상금 ▼
미국 버지니아공대(VT)가 자살 징후를 보이는 한인 학생의 자살을 막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거액의 배상금을 물게 됐다. 이 대학은 2007년 4월 조승희의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했던 곳이다.
27일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 카운티에서 발행되는 페어팩스타임스 등에 따르면 VT와 이 학교에 다니던 대니얼 김 씨(21)의 유족은 지난달 현지 법원에서 “학교 측이 김 씨 유족에게 25만 달러(약 2억9000만 원)를 지급하며 이와 별도로 김 씨의 이름을 딴 장학금을 신설한다”는 내용에 합의했다. 학교 측은 또 앞으로 김 씨처럼 자살 징후가 있는 학생이 보이면 이 사실을 부모 등 보호자에게 즉시 알리기로 했다.
2007년 12월 당시 VT의 4학년이던 김 씨는 학교 근처 주차장에 세워둔 자신의 차 안에서 권총을 이용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김 씨는 자신이 조승희와 같은 한인 학생인 데다 외모마저 비슷해 동료 학생들의 조롱거리가 된다는 사실에 심한 압박감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온라인게임을 통해 김 씨를 알게 된 뉴욕의 학생인 숀 프리부시 씨는 김 씨의 자살 한 달 전 VT의 보건센터에 e메일을 보내 김 씨가 자살하려 한다고 경고했다.
VT의 교칙에 따르면 자살 징후가 보이는 학생이 발견되면 학교 측은 심리상담사와 학생의 상담을 주선해야 한다. 하지만 학교는 김 씨의 집에 경찰을 보내는 데 그쳤을 뿐 부모에게 연락을 하는 등의 다른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당시 파견된 경찰은 김 씨가 권총을 산 적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상태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했다.
김 씨가 죽은 다음에야 프리부시 씨가 보낸 e메일에 대해 알게 된 아버지 윌리엄 김 씨는 “만약 학교 측이 나에게 아들의 상태를 미리 알렸더라면 상황이 달라졌을 수 있다”며 법원에 소송을 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