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어린이 밴드 ‘레인보우’ 공연… 음악으로 세상과 통하다시립어린이병원 환자 30명 사회성 기르려 2009년 결성악기연주-뮤지컬 선보여 관객에 일곱빛깔 감동 선사
서울시립어린이병원 ‘레인보우 어린이 음악밴드’ 소속 발달장애 어린이들이 28일 송파구 장지동 아이코리아 평생교육원 뮤지컬전용극장에서 뮤지컬 ‘꿈을 연주하는 우리들 세상’ 을 공연하고 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우리는 안 되나 봐.” 감자가 체념한 듯 말했다.
이때 도레미 할아버지가 나타나 “그렇지 않아. 너희들은 특별한 재능을 가진 소중한 존재란다”라고 위로했다. 채소 친구들은 할아버지의 격려와 칭찬에 용기를 냈다. 결국 채소 친구들은 멋진 음악을 연주해 낸다. 지켜보던 관객들이 박수와 함성을 보냈다.
○ 음악으로 세상과 소통
합창으로 시작된 이날 공연은 바이올린과 피아노 연주, 난타, 독창, 폴카공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어린이들은 친구들과 손을 맞잡고 눈을 맞추며 신나는 난타와 폴카 공연에 나서 관객들의 흥을 돋웠다.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갖지 않는 발달장애아들의 전형적인 증상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공연 중간 실수가 있었지만 아무도 탓하지 않았다. 관객의 얼굴에는 오히려 감동이 묻어났다.
수준급의 피아노 독주와 독창 실력을 보여준 아이도 있었다. 김명신 서울시립병원 음악치료사는 “자폐증세를 보이는 아이들 중에는 특정 영역에 천재적 능력을 갖고 있는 ‘서번트 증후군’을 나타내는 경우가 있다”며 “이런 아이들의 재능을 최대한 살려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이라이트는 뮤지컬 공연이었다. 피자 치킨 햄버거 때문에 버림받은 채소 친구들이 음악밴드를 만들어 새롭게 꿈을 키워간다는 내용이다. 자기만의 세상에 갇혀 있다 음악을 통해 세상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있는 아이들의 이야기와 닮아 관객들에게 큰 감동을 줬다. 특히 어린이들이 “우리에겐 꿈이 있었어. 우리도 잘할 수 있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었지. 우린 말하고 싶어. 우리도 세상 속에 특별하다고”라며 노래 부르자 눈시울을 붉히는 관객이 적지 않았다.
○ 함께 어울리는 음악 교육의 힘
2009년 11월 창단된 레인보우 어린이 음악밴드는 서울시립어린이병원의 음악치료 특별프로젝트다. 보통 악기 교육이나 음악 감상 등 치료사와 장애아동 사이에 일대일 방식으로 이뤄지던 음악치료에 난타 뮤지컬 같은 소그룹 치료(10명 내외)와 합창 합주 등 대그룹 치료(30명 전체) 등 집단치료 방식을 접목했다. 아이들이 또래의 다른 아이들과 계속 어울리도록 해 사회성을 키우는 데 중점을 뒀다. 합창이나 합주 뮤지컬을 하면서 자연스레 상대방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내 목소리와 몸짓을 조절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지난해 5월 밴드에 자폐아 아들을 가입시킨 전연희 씨(44)는 “다른 사람 이야기에 귀 기울일 줄 모르던 아이가 밴드에서 음악치료를 받은 뒤 학교에서 친구들과 스스럼없이 지내고 있어 기적 같기만 하다”고 말했다.
김재홍 기자 no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