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기자의 눈/김윤종]의혹 못풀고 끝난 캠프 캐럴 고엽제 조사

입력 | 2011-12-31 03:00:00


김윤종 사회부 기자

미군기지 캠프 캐럴 내 고엽제 매립 의혹에 대한 한미 공동조사단의 최종조사 결과가 지난해 12월 29일 발표됐다. 공동조사단은 “지난해 5월 퇴역 미군 스티브 하우스 씨가 ‘캠프 캐럴에 고엽제가 매몰됐다’고 폭로한 후 7개월간 계속된 조사를 마무리한 결과 고엽제 매립을 확인할 증거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이 발표에 안심해야 할 칠곡군 주민과 지역 환경단체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기자가 보기에도 7개월간 조사 과정에서 공동조사단, 특히 미군이 보인 행동은 최종 결과를 믿기 어렵게 만든다. 한미 양국은 지난해 6월 공동조사단을 꾸려 조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레이더 탐사, 지하수, 토양 분석 등 간접적인 조사만 시행했을 뿐 직접 땅을 파는 시굴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환경부 관계자는 “시굴조사를 요구했지만 미군이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시작부터 의혹을 밝히는 데에 한계가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중간중간 말이 바뀌기도 했다. 미군은 조사 초기 “2004년 조사 결과 한곳에서만 다이옥신이 나왔다”며 삼성물산환경평가서 등을 공개했다. 하지만 더 많은 구역에서도 오염물질이 검출됐다는 2010년 보고서가 동아일보 2011년 6월 25일자 A1면을 통해 공개되기도 했다.

지난해 9월 중간조사 결과 발표에서는 캠프 캐럴 내 같은 지하수 표본을 놓고 한국 측은 “고엽제 성분인 2, 4, 5-T를 발견했다”고 발표한 반면 미국 측은 “아무것도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2월 29일 최종조사 결과 발표에서도 캠프 캐럴 내 2곳에서 고엽제 불순물인 2, 3, 7, 8-TCDD가 극소량 검출됐지만 이 물질은 제초제 등 다른 화학물질에서도 나올 수 있다고 조사단은 해명했다. 이런 논리라면 어떤 결과가 나와도 고엽제 매립을 검증할 수 없다. 더구나 최종조사 결과는 이미 지난해 9월 초 나와 있었지만 아무런 설명도 없이 3개월간 미루다가 이날 공개됐다.

물론 고엽제 드럼통을 찾기 위해 캠프 캐럴을 다 파보기는 어렵다. 증언만으로 30여 년 전 사실을 확인하는 것도 쉽지 않다. 하지만 인근 주민을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보여줬어야 했다. 기회는 남아 있다. 현재 캠프 캐럴 인근 주민에 대한 건강영향조사가 진행 중이다. 주민의 고엽제 관련 질환 발병률이 다른 지역보다 높다면 매립 여부를 간접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주민건강조사라도 철저히 진행해 남은 의혹을 불식시켜야 한다.

김윤종 사회부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