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 총재
2009년 글로벌 경제위기가 극에 달했을 때 많은 저소득 국가들은 수출 하락과 해외 근로자 송금액 감소, 해외 투자액 급감 등을 경험했다. 세계적으로 6400만 명이 극빈층으로 전락했다는 세계은행의 발표가 있었을 정도로 피해가 심각했다.
더 최악일 수도 있었다. 그나마 수십 년간 추진해 온 정책적 영향으로 저소득 국가들이 충격을 견뎌낼 수 있었다. 그동안 재정적자와 경상수지 적자를 줄이고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고 외환준비금을 늘린 덕분이다. 그 결과 대부분 국가가 세수 축소에도 불구하고 지출을 늘려 재정적자 폭을 확대할 수 있었다. 경제 성장을 지탱하고 극빈층을 위한 사회복지 프로그램과 주요 투자를 위한 지출을 늘릴 수 있었던 것이다. 저소득 국가들이 세계 무역시장에 빗장을 열었던 것도 결과적으로 경기 침체기를 상대적으로 줄이는 요인이 됐다.
이 때문에 앞으로 닥칠 새로운 글로벌 경제위기는 저소득 국가들에 더 큰 위협이 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 경제성장률이 1.5%포인트 더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추가로 필요한 외부조달자금 규모가 2012년에만 270억 달러다. 2300만 명의 극빈층이 추가된다는 의미다. 극빈층은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와 아시아를 중심으로 늘어날 것이다.
방도가 없을까. 경기부양 여력은 2009년보다 더 제한돼 있다. 하지만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지출 규모는 유지해야 한다. 복지 프로그램이나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투자도 지속해야 한다. 인플레이션이 적정 수준이라면 통화 및 환율정책에 보다 적극적일 수 있다.
2012년은 물론 향후를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위기 대응력을 높이는 것이다. 저소득 국가들은 지출 효율성을 높이는 한편 해외 차관 의존도를 낮출 수 있도록 세수를 늘려야 한다. 특히 글로벌 위기 상황에서 극빈층을 보호할 수 있도록 사회 안전망을 확충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저소득 국가들이 경제 다각화를 추진해야 한다. 특정 수출품과 수출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도록 다각화하는 것은 일자리 창출, 재원 배분 등 광범위한 경제적 효과를 낳을 수 있다.
IMF도 이들 나라를 위해 정책 상담과 재정 지원, 기술 원조 등을 하고 있다. 2014년까지 지원할 양허성 차관으로 170억 달러를 확보했다. 금리도 2012년까지는 0%로 내렸다. 궁극적으로 국제사회가 저소득 국가를 도울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선진 경제가 회생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구가하는 것이다. 그래야 저소득 국가들이 지난 수십 년간의 노력을 헛되이 하지 않고 경제적으로 안착할 수 있다. ⓒProject Syndica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