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마발의 사전적 의미는 ‘소의 오줌(牛수)과 말의 똥(馬勃)처럼 쓸모없고 하찮은 것’이다. 한방(韓方)에서는 ‘우수’가 들에 나는 질경이, ‘마발’이 썩은 나무에 자라는 버섯을 뜻한다. 그만큼 값싸고 흔하지만 없어서는 안 될 약재(藥材)를 일컫는다. 명의(名醫)는 “개똥도 약에 쓰려니 없다”며 허둥대지 않는다. 당나라의 문장가 한유(韓愈)는 우수마발을 모두 거두어 저축해 놓고 쓰일 때를 기다리는 것이 의사(醫師)의 현명함이며, 잘난 자와 못난 자를 뒤섞어 관직에 나아가게 하고 능력에 맞게끔 활용하는 것이 재상(宰相)의 도리라고 했다.
▷사람으로 치면 우수마발은 주연급도, 조연급도 아닌 장삼이사(張三李四)다. 하지만 이 익명(匿名)의 낱알들이 뭉쳐 세상을 바꾼다. 재스민 혁명으로 압제의 사막에 거센 민주화 모래폭풍을 일으켰고, ‘99%’의 침묵을 깨고 ‘자본주의 4.0’의 불씨를 지폈다. 전방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국경을 넘나들며 민심과 여론을 쥐락펴락하고 있다. 2012년 양대 선거를 치르면서 대한민국의 지형(地形)이 어떻게 깎이고 메워지는가도 장삼이사와 우수마발의 표심(票心)에 달려 있다.
이형삼 논설위원 han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