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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한국기업 세계를 품다] 볼리비아 코로코로 구리광산촌 진출 광물자원공사

입력 | 2012-01-02 03:00:00

지구촌 ‘공존의 현장’ 현지언론과 함께 보도




“한국 기업이 선물 줬어요” 제국주의 시대 스페인의 지배를 받았고 20세기 들어서도 미국과 유럽 등 열강들에 대한 피해의식이 강한 볼리비아인들이 한국 기업의 따뜻한 손길에 마음의 문을 열고 있다. 지난해 12월 5일 열린 한국광물자원공사와 볼리비아 코로코로 자치주의 자매결연 행사에서 어린이들이 선물 받은 학용품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채널A 제공

“코로 코리뇨 소레(나는 코로코로 사람입니다)….”

지난해 12월 5일(현지 시간) 오전 볼리비아의 수도 라파스에서 남서쪽으로 200km 떨어진 코로코로 자치주의 메인 광장. 외지인은 숨쉬는 것조차 쉽지 않은 해발 4100m에서 문영환 한국광물자원공사 볼리비아 법인장이 원주민 의상인 빨간색 판초를 걸치고 스페인어로 이 지역 전통 민요를 부르기 시작했다. “나는 코로코로 사람입니다. 우리 동네에는 금 은 동이 나와서 나는 좋습니다.”

단상 밑에서는 전영욱 주볼리비아 한국대사와 김신종 광물자원공사 사장이 중절모에 겹치마 차림의 아이마르족 원주민 여성들에게 이끌려 흥겹게 춤을 췄다. 광물자원공사와 코로코로 자치주 주민들이 맺은 자매결연의 하이라이트였다.

코로코로는 과거 볼리비아를 지배하던 스페인이 구리를 캐내어 쓰다 버린 폐광촌으로, 국제 구리가격이 오르고 채광기술이 발달하면서 다시 각광을 받게 된 곳이다. 광물자원공사는 2008년 6월 중국, 일본을 물리치고 구리 생산 사업권을 따낸 뒤 ‘미네라 코로코브레’라는 현지 합작법인을 세워 공을 들여왔다. 지선명 미네라 코로코브레 이사는 “자원개발을 위해선 지역민과의 신뢰 구축이 필수다. 법인장이 전통 민요를 부르고 한국대사와 광물공사 사장이 원주민과 어울려 춤을 춘 것도 모두 이들의 ‘마음’을 얻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한국기업 ‘글로벌 기업시민’ 눈뜨다

한국 기업들의 활동무대가 세계로 넓어지면서 현지인들과의 관계가 비즈니스 성공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경제적 파이를 나누겠다는 마음 없이는 뿌리를 내릴 수 없다는 것이다. 이른바 ‘글로벌 기업시민’ 전략이다.

2012년 새해를 맞아 동아일보는 채널A와 공동으로 국내 기업들이 해외 현지인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으면서 이익을 공유하는 기획 시리즈, ‘따뜻한 한국기업, 세계를 품다’를 연재한다. 본보는 이 시리즈를 통해 아프리카와 중남미, 동남아 등 세계 각국에서 현지인들의 마음을 얻어 시장을 개척하고 이 국가들의 경제성장을 돕는 생생한 현장을 연중 소개한다. 특히 동아일보와 채널A는 물론 해당 국가의 유력 신문과 방송이 우리 기업들의 노력을 함께 보도할 예정이다.
▼ 한국인 법인장 “코로 코리뇨 소레”… 볼리비아의 마음을 열다 ▼

“한국은 우리 친구”… 광물자원公-코로코로 자치주 자매결연 지난해 12월 5일 볼리비아 코로코로 자치주 메인 광장에서 열린 한국광물자원공사와 코로코로 자치주의 자매결연 행사 도중 현지 원주민들이 전통음악에 맞춰 흥겹게 춤추고 있다. 한국광물자원공사 제공

첫 번째 국가는 290년간 스페인의 수탈에 시달린 남미의 빈국(貧國) 볼리비아. 이곳 코로코로 구리광산 주민들도 외세에 대한 적대감으로 똘똘 뭉쳐 있었다. 그러나 2008년 사업권을 따내 현지에 법인을 세운 한국광물자원공사는 이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엄마와 아이들을 위한 모자보건센터를 짓는가 하면 현지인들을 직원으로 대거 채용하는 등 진심으로 대했다.

○ 외국기업 불신하는 식민지배의 역사


이날 오후 코로코로 자치주에서 자동차로 30여 분 거리에 있는 마을, ‘칙치아리바’. 김 사장 등은 이곳 주민들에게 보리 씨앗을 나눠주며 “여러분과 좋은 관계를 맺고, 이익을 나누고 싶다”고 손을 내밀었지만 반응은 미지근했다. 매부리코의 한 원주민 여성은 코카 잎 몇 조각을 꺼내 입에 넣더니 걸걸한 목소리로 “우리에게 원하는 게 뭐냐”며 따지듯 묻기도 했다.

450여 년 전 스페인 사람들은 안데스 고원에 위치한 이 나라를 점령한 뒤 국토 구석구석을 파헤쳤다. 코로코로 구리광산을 비롯해 ‘풍요로운 산’이라는 뜻인 체로리코에서는 엄청난 양의 은을 채굴해 본국의 함대와 궁전 유지에 드는 비용으로 충당했다. 관광지로 유명한 우유니 소금호수 주변에는 볼리비아의 천연자원을 빼내는 데 쓰였던 철로와 기차의 잔해가 아직도 남아있다.

20세기 들어서는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주석, 납 등의 금속을 캐내며 이익을 챙겼지만 볼리비아의 인디오들은 식민지 시절과 마찬가지로 계속 쇠락해갔다.

전영욱 대사는 “이곳 원주민들은 자원을 개발해 이익만 챙기고 떠나는 이른바 ‘먹튀’ 외국기업’에 또다시 당하는 것을 가장 우려한다”며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서로 ‘윈윈’할 수 있다는 확신을 줄 때까지 진심으로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자원개발의 첫걸음은 ‘민심 얻기’


볼리비아 원주민들의 아픔을 잘 알고 있는 광물자원공사는 진출 초기부터 주민들의 마음을 얻는 데 힘썼다. 높은 영아 사망률에 착안한 공사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에 요청해 공적개발원조(ODA) 자금 132만 달러(약 15억3000만 원)를 투입해 2009년 10월에 라파스공항 근처인 엘알토에 모자(母子)보건센터를 세웠다. 2010년에는 볼리비아 자원전문가들을 한국으로 초청해 기술연수를 시키면서 공동의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주민들이 조금씩 마음을 여는 것을 느낀 광물자원공사는 이날 아이마르, 케추아족 등 원주민 25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자매결연을 하고 코로코로 마을 지원을 본격화했다. 사실 이들의 소망은 소박한 것이었다. “여름에도 아침저녁으론 기온이 뚝 떨어져 밖에서 이웃과 얘기라도 나누면 무릎이 시려요. 담요를 한 장 얻을 수 있으면…”, “아이들 크레용이 떨어진 지 오래됐는데…”. 공사 측은 무릎담요, 학용품, 담배 등을 구해 지역민들에게 나눠줬다. 길이 400m, 폭 5∼8m에 이르는 울퉁불퉁한 마을 진입로도 포장해주기로 했다. 자매결연 행사 후에는 코로코로 산타마리아 병원에 병상과 혈압측정기, X선 조끼 등을 기증하고, 이스마엘 몬테스 초등학교 등 6곳에 PC를 나눠주기도 했다.

행사장에서 만난 리디아 마마니 씨(여)는 “한국기업의 지원으로 코로코로 광산이 다시 본격적으로 생산을 시작하면 일자리도 늘어나고 가게들도 다시 문을 열면서 지역경제가 살아날 것”이라고 기대하며 활짝 웃었다.

김 사장은 이날 밤 라파스의 한국대사관에서 호세 피멘텔 볼리비아 광업자원부 장관과 만찬을 함께하며 “일본 식민지배의 역사를 극복하고 경제 기적을 이룬 한국은 볼리비아를 포함한 남미 국가들에 모범사례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코로코로=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정경준 기자 news91@donga.com  
:: 글로벌 기업시민(Global Corporate Citizenship) ::

미국 등 선진국의 기업들에 보편적인 경영전략으로, 용어 자체가 보통명사화됐다. 다국적 운송업체인 페덱스 등 상당수 기업들이 임직원 자원봉사활동을 담은 글로벌 기업시민 보고서를 내고 있다. 글로벌 기업시민 활동을 전담하는 임원을 두거나 전용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기업도 적지 않다. ‘기업시민’은 기업이 마치 시민처럼 권리와 의무를 다해야 하는 사회구성원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3월 말 비전2020과 그룹 CI를 발표하면서 글로벌 기업시민을 5대 핵심가치의 하나로 선정했다. LG전자 등 국내 주요 글로벌 기업들도 ‘글로벌 기업시민’을 경영의 핵심 화두로 삼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