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어하임 슈피탈병원 진료과장
안드레아스 마이어하임 스위스 취리히 슈피탈 어린이재활병원 진료과장(사진)은 “유럽의 어린이병원은 부모에 대해서도 각별하게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병원에 있는 심리치료사와 정신과 전문의는 아이뿐 아니라 부모의 심리상태도 살핀다. 독일의 호크리드 어린이청소년재활병원은 10년 전 2명이던 심리전문가를 40명으로 늘렸다. 뮌헨 어린이재활센터는 의료진 290명 가운데 40명이 심리전문가다.
우리나라는 아이가 아프면 모든 책임을 부모가 진다. 부모 중 한 명이 일을 그만둬서라도 아이를 쫓아다녀야 치료가 가능하다. 불편한 병실에서 먹고 자면서 간병하느라 부모의 몸이 더 빨리 상한다. 유럽은 어떨까.
슈피탈 어린이재활병원에 입원한 아이들은 매일 개인시간표를 받는다. 시간표에 적힌 대로 수업을 받고 스스로 이동해 오후에 치료를 받는다. 어려운 점이 있으면 자원봉사자나 간호사의 도움을 받아 해결한다. 10대 청소년들은 3, 4명이 한 방을 쓴다. 부모 없이도 외로움을 타지 않고 또래끼리 즐겁게 지낼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부모가 곁에 없기 때문에 아이의 치료효과가 떨어지지는 않을까. 마이어하임 진료과장은 “치료는 병원의 역할이다. 부모의 역할은 아이를 마주 대할 때 더 많은 애정을 주는 것이다. 아이 치료 과정에서 부모가 지쳐서는 안 되는 이유다”고 말했다.
반면 독일 부모들은 아이와 함께 병실에 있는 것을 선호한다. 그 때문에 우리나라와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 병실에 들어간 뒤 아이와 부모가 외부로부터 고립되는 것.
이를 극복하기 위해 뮌헨 어린이재활센터는 부모와 아이가 함께 쓰는 병실 크기를 줄였다. 병실에는 TV도 두지 않는다. 잠만 자라는 뜻이다. 그 대신 각 층 로비를 사랑방처럼 아늑하게 꾸몄다. 병원은 “이 로비에서 아이들끼리 어울리고, 부모들끼리도 서로 이야기를 많이 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