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성. 채널A제공
‘한국 쇼트트랙의 영웅’ 김동성(32)이 최근 러시아 국적을 취득한 안현수(28·빅토르 안)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김동성은 채널A ‘불멸의 국가대표’ 촬영 현장에서 이뤄진 동아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안현수에 대해 “러시아에 간 것은 본인 선택이고, 잘 갔네 못 갔네 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라며 “자기 관리를 못해 탈락한 것에 대해 연맹 탓을 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김동성은 최근 세계선수권에서 여자 계주가 결승진출에 실패하는 등 최근 한국 쇼트트랙이 다소 부진한 이유를 묻자 “정신력이 문제”라며 “우리나라 선수들이 전반적으로 몸 관리를 못하고 훈련에 따라오지 못한다”라고 답했다.
“우리는 훈련이 힘들 수밖에 없어요. 우리가 10번 해야 도달할 수 있는 경지를 외국 선수들은 3번 연습이면 도달해요. 신체조건에서 오는 차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에요. 그러다보니 우리 선수들은 어릴 때부터 힘들어하고,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면 딱 지치는 거죠.”
한국이 그간 좋은 성적을 내온 것은 혹독한 훈련 덕분인데, 한국 코치들의 해외진출로 이젠 외국 선수들도 거의 같은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는 것이 김동성의 주장이다. 김동성은 “코치가 다르더라도 페이스북 등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선수들끼리 각자의 훈련법을 공유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우리 때는 태극 마크만 보면 외국 선수들이 긴장했는데, 요즘은 그런 것도 덜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동성은 최근 한국 쇼트트랙의 최대 이슈였던 ‘안현수의 러시아행’에 대한 의견을 묻자 “사실 (안)현수 때문에 쇼트트랙 이미지가 많이 나빠졌다”며 “요즘 어린 친구들은 연맹이랑 싸우고 파벌 있는 운동 뭐하러 잘 하냐는 인식도 있더라”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김동성은 “나는 당시 한국에 없었지만, 안현수의 대표 선발전 경기는 모두 챙겨보고 관련 소식도 다 들었다”며 “처음 문제가 된 게 국가대표 선발 문제”라고 운을 뗐다.
“안현수 잖아요. 세계챔피언이고,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에요. 그럼 대표에 뽑아달라고 하기에 앞서서 월등한 기량으로 치고 나가면 되는 거죠. 실력으로 지고도 국가대표에 뽑힐 거면 대표 선발전이 왜 필요한가요? 연맹의 룰이 있는데, 한번 깨지면 계속 이런 경우가 생긴다구요.”
김동성은 “현수를 다른 선수가 가로막는다는 주장도 있던데, 원래 쇼트트랙 선수들은 다른 선수들을 막으면서 달리는 것이 몸에 익어 있다”면서 “현수가 맨 앞에서 달렸더라도 그렇게 했을 것이다. 오픈 레이스란 원래 그런 것”이라고 단언했다.
김동성은 “운동이라는 게 실력이 올라가는 시기가 있고 떨어지는 시점이 있다. 후배들에게 밀리기 싫으면 본인이 더 열심히 하는 게 맞다”면서 “나도 무릎 수술을 받으면서 은퇴했다. 현수가 무릎 수술 후유증으로 그렇게 힘들다면, 나처럼 은퇴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운동은 내가 세계 최고가 되려 하는 것이다. 연맹이 시끄러운 것과는 상관없다”라고 덧붙였다.
김동성은 장권옥, 최광복 등 최근 한국 지도자들의 사임 문제를 언급하며 “소치 올림픽 때 안현수가 올림픽에 나설 수 있다는 보장도 없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2014년까지는 아직 3년이나 남았다. 러시아에는 안현수를 앞설 선수가 없다. 러시아는 안현수의 노하우를 뽑아먹기 위해 데려간 것”이라고 말했다.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부터 국가대표로 뛴 김동성은 2002년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에서 아폴로 안톤 오노(미국)의 헐리우드 액션 때문에 금메달을 놓쳤다. 같은 해 열린 세계선수권에서 ‘분노의 질주’를 비롯해 전관왕을 달성하며 세계 최고 선수의 위엄을 뽐냈지만, 고질적인 무릎 부상으로 세 차례나 수술을 받은 끝에 2005년 은퇴를 선언했다. 안현수와는 2002년 당시 국가대표로 함께 뛰었다.
안현수는 2003년부터 2007년까지 5년 연속 세계선수권을 제패했고,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를 따내며 ‘쇼트트랙 황제’로 불렸다. 하지만 2008년 훈련 도중 무릎부상을 당한 뒤 국가대표로 복귀하지 못했고 지난해 5월 러시아로 향했다. 9월 러시아 귀화를 선언한 안현수는 12월 ‘빅토르 안’이라는 이름과 함께 공식적으로 러시아 선수가 됐다.
동아닷컴 김영록 기자 bread4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