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효율로 짜내는 이익… 그 속의 직원들은 행복할까요?
1990년대 말 외환위기와 2000년대 말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는 동안 경쟁과 효율이 기업의 최우선 가치로 자리잡으면서, 직장인에게 일터는 물리지 않으려면 물어야 하는 냉혹한 사각의 링으로 변했다. 평생 일터의 개념이 허물어진 것은 물론이다. 성과지상주의로 내몰린 기업은 사업실적이 부진하면 구조조정의 칼을 먼저 빼들고, 주주의 이익을 위해선 종업원 등 다른 이해관계자들의 사정을 돌아보지 않는다. 이런 조직에선 일을 하면서 긍지와 뿌듯함을 느끼기 어렵다. 동아일보는 기업 경영에도 공존이나 공유와 같은 가치가 덧붙여져야 한다고 제안한다. ‘돈 잘 버는 기업’을 넘어 ‘사랑받는 기업’이 돼야 회사 구성원들이 보람과 기쁨을 느끼면서 직장생활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 기업 경영에도 사회적 정당성 필요
특히 대기업에 대해 높은 사회적 책임(CSR)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의 대기업은 고도 성장기에 정부의 보호를 받았고, 지금도 인력과 자본을 거의 독점하고 있다. 강석훈 성신여대 교수(경제학)는 “대기업은 한국 사회의 인재들을 대부분 데려다 쓰지만 정작 그런 인재를 키워낸 것은 사회”라며 “이제는 대기업이 되갚아줄 때가 됐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대기업들이 베이커리 사업을 하거나 대기업슈퍼마켓(SSM)을 내는 것은 소비자들의 효용을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었지만 사회적 정당성이 부족해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기업의 CSR 경영 패러다임 자체가 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 가운데 최근 기업의 공유가치 창출(CSV·Creating Shared Value) 활동이 각광을 받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의 경영석학 마이클 포터 교수가 주창한 CSV 경영은 종업원과 협력업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이뤄낸 생산성 향상이 기업 전반의 생산성 향상으로 연결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 주식회사의 대안모델도 있다
사회적 기업은 이윤 추구에 앞서 사회 서비스 제공과 취약계층의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국가와 시장이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을 ‘기업’이라는 모델 안에서 해결하는 것이다. 바람직한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의 종업원들이 높은 생산성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도 적지 않다. ‘위대한 기업을 넘어 사랑받는 기업으로’의 저자인 라젠드라 시소디어 미 벤틀리대 교수에 따르면 종업원과 지역 사회에 대한 정의를 실천하는 기업이 일반 기업보다 기업가치가 9배나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 “직원 모두가 주인” 금융위기때도 감원 ‘제로’ ▼
■ 스페인 재계 10위 ‘몬드라곤’
리조트 같은 회사 스페인 북부 바스크 지방의 몬드라곤 시에 있는 몬드라곤 협동조합 본사. 산기슭에 지어진 본사에서 협동조합의 리더들은 눈앞의 이익보다 구성원들의 행복을 추구하는 ‘인간적인’ 일터 만들기에 주력한다. 몬드라곤 제공
라라멘디 씨의 말대로 협동조합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빛을 발했다. 몬드라곤 자동차 부품조합들은 세계경기 침체로 경영환경이 악화됐는데도 조합원을 단 한 명도 해고하지 않았다. 그 대신 본사와 지사 종업원 전체가 연봉을 10% 감봉하면서 버텼다. 당시 중국과 브라질, 인도 등 세계 5곳에서 짓고 있던 몬드라곤 자동차 부품공장 완공에 전력을 다한 덕분에 금융위기 이후 자동차 부품조합들이 완성차업체에 부품을 어렵지 않게 댈 수 있었다. 자동차 분야 협동조합을 총괄하는 오스카 고이티아 씨는 “이때를 계기로 자동차업체들 사이에서 몬드라곤에 일을 맡기면 믿을 만하다는 인식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이처럼 협동조합은 어려운 시기에 더욱 힘을 발휘한다는 것이 몬드라곤 임직원들의 한결같은 이야기이다.
하지만 협동조합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해외 진출국에서 협동조합 조직을 강화하는 것은 몬드라곤에도 어려운 도전이다. 조합원 전체가 참여하기 때문에 의사결정이 다소 느리다는 점도 일반 기업과는 차이가 나는 부분이다.
몬드라곤=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