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두 동부와 2위 인삼공사의 시즌 4차전이 열린 1일 안양체육관에서는 경기 막판 묘한 장면이 나왔다. 숨 막히던 접전이 차츰 동부 쪽으로 기울던 순간이었다. 동부가 7점 차로 앞선 경기 종료 16초 전이었다. 인삼공사 화이트의 2점슛이 빗나간 뒤 동부 벤슨이 리바운드를 따내자 박지현과 김주성이 차례로 작전시간을 요청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인삼공사 선수들이 벤치에 모였지만 어쩐 일인지 이상범 감독은 작전 지시는 하지 않고 홀로 코트 끝에 서 있었다. 뭔가 잔뜩 불만이 섞인 표정이었다. 속개된 경기에서 이 감독은 수비를 하지 말라는 신호를 보냈다. 동부 벤치와 선수들은 당황한 모습이었다. 동부 강동희 감독도 공격을 주문하지 않았다.
농구에서는 이미 승패가 갈린 시점에서 앞선 팀이 작전시간을 부르지 않는 게 불문율로 여겨진다. 이 감독은 동부가 이를 어겼다는 듯 불쾌한 심기를 드러냈다. 경기 후 강 감독은 “선수들이 작전을 부를 줄 몰랐다. 나중에 득실차를 따질 수도 있어 공격을 해야 했지만 인삼공사 선수들이 그냥 서 있기에 우리도 그냥 시간을 흘려보냈다”고 말했다. KT 전창진 감독은 “인삼공사의 그 공격이 성공돼 5점 차가 되면 작전타임을 부르고 그렇지 않으면 그냥 놔두라고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원주와 안양에서 두 번씩 치른 두 팀의 시즌 4차례 맞대결은 모두 입장권이 매진됐다. 동부가 3승 1패로 앞섰지만 경기 종료 1분 전에도 결과를 알 수 없게 할 만큼 진땀을 빼게 하면서 팬들은 열광했다. 기존 판도를 깨며 올 시즌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동부와 인삼공사. 신흥 라이벌 구도는 새로운 흥행 호재가 아닐 수 없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