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금융, 정부 자제 요구에도 고배당 뜻 밝혀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은 “주주 이탈을 막고 자본조달 비용을 낮추려면 많은 배당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어 회장은 “2009년 실적 부진으로 지난해 4대 금융지주 중 가장 적은 411억 원만 배당했기 때문에 올해도 배당을 적게 하면 주주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며 “배당을 하지 않아 주가가 떨어지면 자본조달 비용이 상승하고 외국인 등 많은 주주가 이탈해 KB금융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KB지주의 고배당 방침은 지난해 신한금융지주가 전년보다 7000억 원 정도 많은 3조 원대의 순이익을 거둔 가운데 배당은 전년과 비슷한 5800억 원대만 하겠다고 밝힌 것과 대비된다.
한편 어 회장은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 농협금융지주 출범 등으로 올해 은행권 경쟁이 격화될 것이란 전망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히려 그는 “금융권에 대한 사회 일각의 비판적 시각이 영업에 더 큰 장애물”이라고 주장했다. 한국 경제가 이만큼 성장하는 데 금융권이 큰 기여를 했으며 탐욕집단이라고 매도당할 이유도 전혀 없다고도 했다. 이어 어 회장은 한국 금융이 세계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금융회사 최고경영자의 임기가 단임으로 끝나는 일이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은행장이 3년마다 바뀌듯 교체됐다면 삼성전자가 소니를 이길 수 있었겠느냐”며 “워런 버핏이 40년간, 잭 웰치가 17년간 집권하지 않았다면 오늘날의 버크셔해서웨이와 제너럴일렉트릭(GE)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 회장은 올해에는 국내외 금융회사 인수합병(M&A) 및 해외 진출에 나서지 않고 ‘젊은 피’를 중용하는 파격 인사를 통해 은행의 보수적 문화를 바꾸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