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당(국민당)을 지지하면 대만의 민주주의는 후퇴한다.”(차이잉원 민진당 주석이 2일 유세장에서)
대만 대선(14일)이 열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대만 전체가 뜨거운 선거 열기에 휩싸여 있다. 이번 대선엔 재선을 노리는 마잉주(馬英九·62) 총통과 4년 만에 정권 탈환에 나선 차이잉원(蔡英文·56) 민진당 주석이 맞붙었다. 제3후보인 쑹추위(宋楚瑜·70) 친민당 주석의 지지율은 10% 이하이다.
3일 현재 현지 언론의 여론조사를 보면 마 총통이 차이 주석을 3∼8%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온다. 하지만 대만 국립정치대 시장예측연구센터의 시뮬레이션에서는 차이 후보가 마 후보를 6.7%포인트 차로 눌렀다.
막판 변수로는 중국발 안보 이슈가 꼽힌다. 마 총통을 내심 지지하는 중국이 행동에 나서면 표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중국의 미사일 실험 가능성 등이 나오고 있다.
올해부터 대선과 총선을 동시에 치르기 때문에 유권자들의 견제심리가 어디로 튈지도 미지수다. 마 총통과 지지 기반이 겹치는 쑹 주석의 완주 여부도 관심을 모은다.
이번 선거의 관전 포인트는 양안(兩岸) 정책의 차이다. 마 총통은 1992년 중국과 대만이 합의한 ‘하나의 중국 공동인식(92공식·共識)’에 기초한 친중 정책을 표방하고 있다. 반면 차이 주석은 대만 주권론을 내걸고 있다. 그는 “대만이 주권 독립국가라는 점은 나의 신앙”이라고까지 말했다.
미국도 은근히 마 총통을 지원하는 분위기다. 보수성향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차이 추석이 당선되면 미-중이 대만 문제로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마 총통과 차이 주석은 최고 엘리트 산실인 국립대만대 법학과를 나왔다. 마 총통이 6년 선배다. 또 국립정치대에서 교수를 지냈다. 서로 ‘마 교수’ ‘차이 교수’라고 부를 정도로 친했다.
하지만 출신은 다르다. 마 총통은 홍콩에서 태어난 외성인(外省人)이다. 외성인은 국민당이 공산당에 밀려 넘어온 1949년 이후 시민증을 얻은 사람들이다. 전체 인구의 20% 정도이며 주로 북부지역에 살고 있다.
미혼인 차이 주석은 명·청시대부터 눌러앉은 본성인(本省人)이다. 남부 핑둥(屛東) 현에서 한때 대만 납세액 10위권에 드는 대부호의 딸로 태어났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