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두 사건 연관성” 판단 오류 유도
《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언론을 통해 “백두산 천지에서 얼음이 천지 전체를 뒤흔들 정도로 요란한 소리를 내며 깨지는 현상이 관측됐다” “산비둘기들이 조의식장 마당에서 30분 동안 슬피 울었다”며 김 위원장을 우상화하고 있다. 첨단의 시대에 북한 주민들이 이런 비논리적 선동을 비판이나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것이 심리학적으로 가능한가. (ID: secular**) 》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루이스 앨버레즈가 확률이론을 이용해 계산한 것에 따르면, 어떤 친구의 얼굴이 문득 떠오르고서 5분 안에 그 친구가 죽었다는 소식을 접하는 것은 미국 정도의 인구를 가진 나라에선 매일 10명이 경험할 수 있다고 한다. 1년이면 미국에서 약 3650명이 이런 우연에 노출된다는 말이다.
두 개의 개별 사건 사이의 관계를 파악하는 능력은 유기체의 생존에 매우 기능적으로 작용한다. 하늘에 먹구름이 낀 것과 비가 온다는 두 가지 사건에 관계가 있다고 추론할 수 있었던 사람들은 다음번에 먹구름을 보자마자 비가 올 것을 예측하고 이에 대비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문제는 생존에 도움을 주는 이러한 추론 경향이 필요 이상으로 강해서, 실제로는 무관한 두 개의 사건 사이에도 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착각하는 판단의 오류를 만들어내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추론 경향 때문에 두 개의 사건을 단순히 나열해서 제시하기만 해도 사람들은 거의 자동적으로 두 사건을 연결해 지각하게 된다. 따라서 진위 여부를 떠나 “백두산 천지에서 얼음이 천지 전체를 뒤흔들 정도로 요란한 소리를 내며 깨지는 현상이 관측됐다”는 뉴스를 “김 위원장이 사망했다”는 뉴스와 비슷한 시점에 제공함으로써, 주민들로 하여금 두 사건 간에 의미 있는 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스스로 추론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전우영 충남대 심리학과 교수
전우영 충남대 심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