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거부 대응방안 없어… 새 지침 마련 착수경찰 거부 10곳으로… 檢 진정사건 수사 올스톱
대검찰청이 당분간 검찰에 접수된 진정사건을 경찰에 넘기지 않기로 내부방침을 세운 것으로 4일 확인됐다. 검찰의 이 같은 방침은 경찰의 내사지휘 거부에 대해 검찰의 합법적 대응이 쉽지 않은 데다 경찰과 불필요한 갈등을 불러일으켜 봤자 검찰에 별다른 이득이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부산지검과 광주지검 등 일선 지검에서는 수사지휘에 대한 세부방침이 마련될 때까지 내사지휘를 당분간 보류하기로 했다. 부산지검 관계자는 “1일부터 경찰에 진정사건 등을 수사할 것을 지휘하지 않고 있다”며 “앞으로도 가급적 내사지휘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검찰청은 진정사건 가운데 수사 단서가 될 만한 사건에 대해선 수사번호를 붙여 수사지휘를 하는 등 대통령령에 맞춘 새로운 수사지휘 지침을 준비 중이다. 또 법령과 실제 업무 사이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 검찰사건사무규칙을 정비하고 경찰과 조율해 수사협의회를 개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앞서 경찰청은 검찰이 이첩해 오는 사건 중 고소, 고발만 접수하고 진정이나 탄원 등은 받지 말라고 지시했다. 형소법 대통령령에 따르면 검사는 수사에 대해서만 경찰을 지휘할 수 있는데 진정 탄원 등은 혐의가 불분명하고 일방의 주장인 경우가 많아 수사가 아닌 내사 대상이라는 게 경찰의 시각이다. 경찰은 내사에 대해선 검사의 지휘 없이 자체적으로 진행하고 내사 종결 후 사후통제만 받기로 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국민이 검찰에 조사를 맡기고 싶어 수사기관으로 검찰을 선택한 것인데 신청인 동의도 없이 검찰이 경찰로 사건을 내려보내는 것 자체가 바람직한 건 아니다”라며 “수사 여건상 사건을 이첩해야 한다면 고소, 고발 건 등으로 제한하는 게 법 취지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이런 내용을 담은 수사실무지침이 현장에서 잘 이행되는지 특별점검반을 구성해 확인할 방침이다. 또 경찰서마다 ‘수사절차 정비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고 해당 관서에 내려오는 검사의 수사지휘를 모두 기록으로 남겨 확인하도록 했다.
한편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 갈등으로 애꿎은 시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갈등으로 억울함과 의혹을 풀어달라고 시민들이 낸 진정 사건 수사가 지연되는 등 곳곳에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신평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이 국민을 보지 않은 채 상대방만 보며 감정싸움을 하고 있다. 검경은 상대방을 탓할 것이 아니라 자신이 속한 조직이 국민의 신뢰를 얻도록 내부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대구=노인호 기자 in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