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주경찰, 학교와 공조… 상습폭행-갈취 일진 포함 22명 적발
경기 여주군 A중학교의 고질적인 학교폭력 악습이 피해 학생들의 용기 있는 고백과 학교 측의 적극적인 대처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지난해 11월 4일 학생들이 제출한 학교폭력 신고서(사진1)와 같은 달 열린 피해 학생 심리치료(사진2) 모습. 가해 및 피해 학생 학부모가 한자리에 모인 조정모임(사진3)과 지난해 12월 26일 열린 ‘화해와 용서를 위한 마당’(사진4). 여주 A중학교 제공
지난해 11월 5일 경기 여주군 A중학교 상담실. 이 학교 2학년 학생 10여 명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문을 열었다. 10개월 넘게 자신들을 괴롭혀온 학교폭력의 실상을 처음으로 고백하는 순간이었다. 한 학생은 “3학년이 되는 내년까지 참아보려고 했는데 언제부터인가 (상납할) 돈이 모자라자 나도 후배한테서 돈을 빼앗을 수밖에 없었다”며 “더는 견딜 수 없어 이렇게 나섰다”고 털어놨다. 학생들은 입을 모아 “제발 이 상황을 끝내 달라”며 눈물로 호소했다. A중학교에서 1년간 벌어진 고질적인 학교폭력은 피해 학생들의 용기 있는 고백으로 전모가 드러났다.
○ 대물림된 학교폭력
이틀에 걸친 조사 끝에 교사들은 같은 달 7일 가해 학생들에게 ‘접촉금지명령서’를 전달했다. 곧바로 피해 학생의 학부모를 불러 상황을 설명한 뒤 가해 학생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가해 학생들은 일부 사실을 인정했지만 빼앗은 돈의 액수나 폭행 수위에서는 차이가 컸다.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체벌도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결국 학교 측은 여주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어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학교폭력대책위원회가 열렸다. 또 가해 학생들에게 즉각 등교정지 등의 조치가 내려졌다.
학교 측은 불안과 공포에 떠는 피해 학생들을 위해 두 달 가까이 심리치료를 실시했다. 전문 상담사와 의료진이 투입됐다. 연극치료도 이뤄졌다. 모든 프로그램에는 교사들이 동참했다. 진행 상황은 모두 학부모들에게 공개했다. 가해·피해 학생 측 학부모를 따로 불러 상황을 설명한 뒤 11월 29일에는 양측 학부모와 학생, 교사 등 80여 명이 4시간 동안 ‘조정 모임’을 가졌다. 한때 양측 학부모가 거세게 충돌하는 등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4시간에 걸친 토론 끝에 객관적인 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헤어졌다. 학교 관계자는 “가해 학생도, 피해 학생도 다 제자이기 때문에 미안하고 죄스러울 따름”이라며 “비록 학교폭력을 막지는 못했지만 더 큰 피해를 막고 악순환을 끊기 위해 어쩔 수 없어 수사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경찰 수사 결과 드러난 A중학교의 학교폭력은 조직폭력배의 행태를 닮아 있었다. 4일 경찰에 따르면 이번에 적발된 가해 학생 22명은 3학년 재학생과 졸업생(2명)이다. 상당수는 특수절도, 공갈, 무면허 운전 등으로 형사 처벌과 학교 징계를 받은 전력이 있는 이른바 ‘문제 학생’이었다.
○ 장애 여학생 괴롭힌 고교생도
한편 경기도교육청은 학교폭력에 대처할 전담팀을 도교육청과 각 지역교육지원청에 설치하기로 했다.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은 “중학생들이 요즘 가장 힘들다. 그래서 일탈행동도 심하다”며 “구체적이고 현장 친화적인 정책과 사업들을 논의하고 필요하다면 전담팀을 구성하라”고 지시했다.
수원=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여주=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