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는 얼마나 괴로운지 조곤조곤 이야기했다. 다른 학생들은 철수를 왜 왕따시키게 됐는지 털어놨다. 철수의 말을 듣고 이들은 “장난삼아서 재미로 그랬는데 그렇게 힘들어하는 줄은 몰랐다”며 미안해했다. 철수도 “내 문제점을 고치겠다”고 약속했다. 그 후 철수와 다른 학생들은 서로 장난을 치며 친하게 지내는 사이가 됐다. 지난해 10월 용인시 서원중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여학생 5명이 다른 여학생 한 명을 괴롭히자 같은 반 또래중조인 고효신 양이 나서서 화해를 유도했고 이후 잘 지내게 됐다.
▷경기도의 10개 중고교는 작년 또래중조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또래중조란 왕따, 싸움, 괴롭힘 등이 있을 때 급우가 나서서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중재 조정하는 활동이다. 각 반에 한 명씩 선정돼 30시간의 갈등해결 훈련을 받은 후 활동에 들어갔다. 이들은 지난 반년 동안 학교당 평균 10건의 문제를 해결했다. 1983년 미국 뉴욕의 브라이언트 고교에서 시작된 이 제도는 다른 어떤 대책보다 효과적이어서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또래중조의 성공률은 86%로 전문중조인의 성공률 80%보다 높다.
허승호 논설위원 tige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