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트겅체첵 담딘슈렌 한국외국어대 몽골어과 교수
두 나라는 지리적으로는 가깝지 않지만 혈통적으로 뿌리가 연계돼 있다. 언어학적 측면에서도 몽골어는 동북아시아 언어들 중 한국어와 가장 유사한 점이 많다. 농경과 유목이라는 상이한 사회 구조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전통문화에 공통점이 상당하다. 특히 가족문화가 그렇다. 나이 많은 어른을 공경하고 자식이 부모를 모시는 효 문화는 거의 같다. 두 사회 모두 윗사람과 아랫사람의 관계가 명확하고, 손님을 맞아 대접하는 문화도 발달돼 있다.
양국의 닮은꼴 문화는 최고의 명절인 설에 뚜렷하게 나타난다. 한국과 몽골은 세계에서 음력설을 쇠는 몇 안 되는 민족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음력설을 쇠면서 새해를 축복하고 모처럼 온 가족이 함께 지내는 풍습은 두 나라가 정말 똑같다. 몽골에서도 가족, 친지들과 맛있는 음식을 나누고 어른들께 감사의 마음을 표시한다.
새해 덕담을 나누면서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는 설 풍경도 비슷하다. 몽골인들은 새해 첫날 모자를 단정히 쓰고 제일 좋은 옷을 입고 인사를 나눈다. 그리고 우유로 만든 차갈락이라는 흰색 음식을 먹는다. 다시 시작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한국인들도 새해 첫날 설빔을 입고 세배를 한다. 또 하얀 쌀로 만든 떡국을 먹는데 그 속에서 몽골의 풍습과 같은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한국에서는 벌써부터 설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마트나 시장에는 예쁘게 포장된 설 선물이 가득하다. 한국의 설 문화에서 특히 인상적인 건 아무리 길이 막히고 힘들어도 가족 친지와 설을 함께 보내기 위해 고향을 찾는 모습이다. 아이들에게 새 옷을 입히고 차 안 가득 음식과 선물을 싣고 떠나는 귀향 행렬을 떠올리니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기도 하고 피곤할 수도 있는 명절이지만, 정성껏 준비하고 마음을 담아 대접하는 풍습은 서로의 정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또 서로에게 건네는 덕담은 정감 있고 아름답게 들린다. 몽골을 떠나와 한국에 살면서도 설날을 가슴 설레며 기다리는 건 한국의 전통문화에서 몽골의 설날 풍경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어트겅체첵 담딘슈렌 한국외국어대 몽골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