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고승덕 의원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후보 중 한 명으로부터 300만 원이 든 돈 봉투가 온 적이 있어서 곧 돌려줬다. 결국 그분이 당선됐다”고 채널A 인터뷰에서 폭로했다. 고 의원처럼 당사자가 폭로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지만 전당대회나 당직 선거에 나선 후보들이 대의원들에게 돈을 주고 표를 산다는 얘기는 여야 가릴 것 없이 뒷소문으로 적지 않게 흘러나왔다. 대략 200만∼500만 원씩 건넨다는 말도 있다.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즉각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정당법 50조는 ‘당의 대표자나 당직자로 선출되기 위해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6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한나라당은 만사가 돈이면 다 되는 ‘만사돈통’ 정당이냐”고 비난했지만 민주당 지도부 선출 과정에서도 돈이 오갔다는 소문이 꽤 구체적으로 돌았다. 여야 할 것 없이 치부를 애써 감췄을 뿐이다. 정당 내 선거를 위탁관리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금품 거래를 단속하지 못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번 기회에 관행을 단절하지 못하면 또 몇년을 기다려야 할지 모른다.
공당(公黨)의 대표 자리를 돈 주고 샀다면 그 돈을 어디서 끌어댔는지도 파헤쳐야 한다. 의원 세비를 모아서 만든 돈은 아닐 것이다. 수십억 원을 끌어다 쓰고 원하는 자리에 오르면 공천권이나 이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선거 때 쓴 돈을 거둬들이려 하지 않았겠는가. 검찰 수사 결과 비리 사실이 드러나면 법을 엄정하게 적용해야 한다.
공직을 사고파는 부패는 민주정치의 공적(公敵)이다. 총선을 앞둔 여야 정당들은 정치 부패 일소 경쟁을 벌여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