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빨리” 고함에 팔 빠져라 얼음 닦아도…
“한국 컬링 잘 닦을게요” 2018 평창 겨울올림픽 메달을 꿈꾸는 한국 컬링 여자 국가대표 선수들이 4일 서울 노원구 공릉동 태릉빙상장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이들은 3월 17일부터 캐나다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훈련에 한창이다. 왼쪽부터 이슬비, 김지선, 신미성, 이현정, 김은지.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하지만 컬링은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한국이 메달을 딸 수 있는 유일한 구기종목으로 꼽힌다. 그 이유는 컬링 빙판 위에 선 뒤 곧 깨달을 수 있었다.
○ 한국 사람에 딱∼
컬링은 시트라고 불리는 길이 42.07m, 너비 4.27m의 직사각형 얼음 링크 안에서 둥글고 납작한 스톤을 미끄러뜨려 하우스라는 반지름 1.83m의 표적 안에 넣어 득점을 하는 경기다.
배운 건 단 두 가지였다. 스톤을 던지는 ‘투구’와 스톤이 굴러가는 길을 브러시로 닦는 ‘스위핑’이었다. 몇 번 던져보고 닦아보니 할 만했다. 강한 체력이나 특별한 기술이 필요치 않았다. 북미 유럽 일본 등에서 생활 스포츠로 자리 잡은 이유였다. 한국에서도 최근 중고교 학생들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한국에 컬링이 도입된 지 20년도 되지 않았지만 한국은 2007년 중국 창춘 겨울 아시아경기에서 남녀 모두 금메달을 땄다. 1월 현재 여자 대표팀 세계 랭킹은 12위, 남자는 13위다. 지금과 같은 발전 추세라면 올림픽 메달 획득도 꿈만은 아닌 듯했다.
○ 당구 같기도, 바둑 같기도
선수들은 자신의 팀이 먼저 던진 스톤을 다른 스톤으로 맞혀서 표적 안으로 더 가까이 밀어 넣었다. 다른 팀이 던진 스톤은 표적 밖으로 밀어냈다. 표적의 길목에 자기 팀 스톤을 던져 넣고 상대팀의 진로를 방해하는 등 작전싸움이 치열했다
기자는 실수를 계속했다. 스톤을 너무 세게 던져 라인 밖으로 나가기 일쑤였고, 한 번은 하우스 안에 잘 들어가 있던 우리 팀 스톤을 밖으로 쳐내기도 했다. 스위핑을 할 때는 최 코치의 “빨리, 빨리” 소리에 팔이 빠져라 얼음판을 밀어야 했다.
국가대표 선수들의 실력은 입이 떡 벌어질 지경이었다. 40m 거리의 하우스 한가운데 스톤을 보내는 건 기본이었다. 마치 당구에서처럼 기자가 속한 팀의 스톤을 쳐내면서 자기 팀 스톤을 하우스 안에 안착시키는 기술도 선보였다. 1-4, 우리 팀의 완패였다. 최 코치는 “컬링은 볼링의 굴리기와 골프의 거리 조절, 당구의 각 싸움을 합친 경기”라고 했다. 또 바둑처럼 치열한 머리싸움이 필요하다. 그래서 컬링은 ‘빙판 위의 체스’라고 불린다. 손 감각과 기술이 좋고 머리가 비상한 한국인에게 적합한 운동이었다.
○ 부족한 인프라가 문제
너무 셌나? 본보 스포츠레저부 이헌재 기자가 하우스를 향해 신중하게 스톤을 릴리스하고 있다.
전용 시설이 부족한 점은 시급한 문제로 보였다. 현재 전용 컬링장은 태릉과 경북 의성 두 군데밖에 없다. 국가대표 선수들조차 학생 선수들, 시도단체 선수들과 태릉빙상장을 나눠 쓰고 있다. 얼음의 질도 개선해야 된다.
최 코치는 “평창 겨울올림픽 때까지 6년밖에 남지 않았다. 경기장이 안 된다면 최소한 연습장이라도 빨리 생겨야 한다. 자칫하면 평창에서 우리가 외국 손님들의 들러리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컬링 ::
중세 스코틀랜드의 얼어붙은 강이나 호수에서 돌덩이를 미끄러뜨리던 놀이에서 유래. 1998년 나가노 겨울올림픽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한 팀이 4명으로 구성되며 스톤을 하우스라는 표적 안에 넣어 득점하는 방식이다. 10엔드로 치러지며 각 엔드마다 선수당 2개씩 총 16개의 스톤을 번갈아 던진다. 하우스 안에 들어간 스톤 중 하우스의 중심인 티(tee)에 근접한 스톤이 1점을 얻는다. 예를 들어 붉은색 스톤 4개가 하우스에 들어가 있더라도 노란색 스톤 1개가 티에 가장 가깝다면 노란색 팀이 1점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