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토끼의 뿔과 거북의 털을 구하러 다녔소
송월주 스님이 한 환경 행사에서 법문을 하고 있다. 스님은 친환경적 개발과 장기적 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해 왔다. 송월주 스님 제공
페놀 사건이 사회의 큰 이슈가 됐지만 불교계에서 주도적으로 나서는 사람은 드물었다. 문제의식을 가진 불자는 적지 않았지만 이를 제대로 다룰 그릇인 조직이 없다는 것이 나의 판단이었다. 이에 따라 교수와 청년 불자를 중심으로 1992년 공해추방운동 불교인 모임을 조직했다.
이 모임은 부처님의 생명존중 사상과 공존공생의 연기 사상에 입각해 공해를 추방하고 자연보호를 위한 시민운동을 전개하는 것이 목표였다. 이후 ‘불교도환경 선언문’을 선포하고 ‘공해 없는 세상’이라는 제목의 소식지를 발행했다. 총무원장으로 있던 1995년에는 경부고속철도 경주 통과 백지화운동을 시작으로 사찰 주변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했다. 96년에는 총무원 사회부 산하에 사찰환경위원회가 결성됐다.
정부의 국책사업은 충분한 검토와 합리적인 토론, 평가 속에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그룹의 합의를 거쳐 진행하는 것이 최선이다. 당리당략이나 경제적 효과만을 의식한 개발도, 대안 없는 ‘반대를 위한 반대’도 배제해야 한다.
새만금 개발을 둘러싼 갈등이 한창일 무렵 환경운동에 전념하던 수경 스님과 나의 상좌인 도법 스님이 찾아왔다. 두 스님은 개발을 막아야 하니 도와 달라고 부탁했다.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정보도 없고 전문가가 아니니, 지금 뭐라고 할 수 있는 얘기가 없다. 개발 찬성과 반대론이 맞서고 있는데 서로 충분히 대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 뒤 다른 상좌인 도영 스님을 통해 새만금 사업과 관련한 자료를 모으고 찬성과 반대 양측의 주장을 경청했다. 나의 결론은 새로 조성할 담수호의 수질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등 친환경적으로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프로젝트가 국가의 미래를 위한 국책사업인 데다 도민 대다수가 원하고 있다는 점도 중요하게 고려했다. 정부는 앞으로 새만금 상류인 만경강 동진강의 수질 개선 등 환경적인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 약 2조 원에 가까운 재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한다. 정부가 이처럼 친환경 개발에 신경을 쓰는 것은 수경 스님 등 불교계와 환경단체 등이 노력한 공이 크다.
4대강 개발은 불교계는 물론이고 국민 전체의 삶에 영향을 주는 프로젝트이기에 나 자신도 열심히 공부했다. 그럼에도 전문가는 아니기 때문에 먼저 나서기보다는 누군가가 물을 때에만 내 생각을 밝혔다.
일부에서는 내가 4대강 사업과 관련해 반대에서 찬성으로 입장을 바꿨다, 4대강 개발에 찬성해 정부에서 훈장을 받았다고 주장한다. 나의 입장은 시종일관 바뀐 것이 없다.
“한강 물을 낙동강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물을 거스르는 역수(逆水)이고 국토를 토막 내는 것이다. 그래서 4대강 운하는 반대한다. 그러나 흐르는 물을 바로잡아 가뭄을 극복하고 수해를 방지하는 4대강 개발에는 찬성한다. 단, 이 사업은 친환경적으로 대통령의 임기에 관계없이 지속가능하도록 진행되어야 한다.”
훈장과 관련한 주장은 사실과 다르기에 내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
환경사업은 무엇보다 친환경적이면서도 지속가능한 개발이 화두다. 그리고 그 평가도 5년, 10년 뒤 장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내 소신이다.
정리=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49>회에서 송월주 스님은 지구촌 공생회를 통한 해외 구호사업에 대해 얘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