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철혁명/데보라 캐드버리 지음·박신현 옮김/352쪽·1만5000원·생각의 나무
그레이트이스턴호를 만드는 데는 열 살도 안 된 수많은 아이도 고용됐다. 이중선체의 공간이 비좁아 그 안에서 작업하려면 몸집이 작은 아이들이 필요했기 때문. 아이들은 뜨겁게 달아오른 못 수천 개를 박았다. 참담한 안전사고가 빈발했다. 한 아이가 죽으면 다른 아이가 고용됐다. 당시 노동자들의 평균수명은 35세를 넘지 못했고 런던이나 리버풀 같은 도시에서는 이보다 훨씬 낮았다.
19세기 세상은 급변했다. 산업혁명은 철과 시멘트, 석재로 이뤄진 꿈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이 같은 토대에서 탄생한 그레이트이스턴호, 벨록 등대, 브루클린 다리, 런던 하수도, 대륙횡단철도, 파나마 운하, 후버 댐 등 위대한 구조물 7개가 탄생했다. 역사가이자 영국 BBC방송국의 프로듀서인 저자는 다큐멘터리 ‘산업혁명시대의 7가지 위대한 건축물’을 제작하면서 영상에는 미처 담지 못했던 이야기를 이 책에 풀어놓았다고 밝혔다.
‘산업의 쌀’로 불리는 강철은 산업을 견인했고 문명을 발전시켰다. 우리나라 역시 지난해 12월 타계한 ‘철강왕’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이 포항 모래땅에 제철소를 건설함으로써 중화학공업의 기틀을 다졌다. 이 같은 선지자들, 그리고 무엇보다 이름 모를 노동자들의 피땀 어린 노력이 없었다면 오늘과 같은 문명의 혜택을 누리기 힘들었을 것이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