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명에 현금-시계 등 갈취… 학부모 신고로 경찰에 덜미학교측 뒤늦게 퇴학 처분
위 사진은 해당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소설가 이문열 씨가 쓴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속 주인공인 ‘엄석대’가 학교폭력의 주인공으로 다시 태어난 걸까. 소설 속 엄석대는 초등학교 반장으로 힘과 비열한 술수 등에 의한 리더십의 상징이었지만 ‘현대판 엄석대’는 쇠파이프와 몽둥이로 급우를 상습 폭행한 고교 반장이었다.
충남 논산경찰서는 6일 논산시내 모 고교 1년생 Y 군(16)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불구속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Y 군은 지난해 3월부터 12월까지 같은 반 친구 3명을 21차례에 걸쳐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현금과 손목시계 등을 빼앗은 혐의다.
Y 군의 폭력은 반장으로 선출된 지난해 3월부터 방학이 시작된 지난해 말까지 계속됐다. 그는 지난해 3월 중순경 같은 반 친구 A 군(16)이 어깨를 부딪쳤는데도 사과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주먹과 쇠파이프로 마구 때렸다. 경찰은 “Y 군의 폭력은 장난처럼 행해지면서 점차 재미를 느꼈던 것 같다”며 “하지만 학생들에게는 큰 공포로 와 닿았다”고 전했다.
Y 군은 교실 안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기절놀이’를 한다며 A 군의 목을 조르는가 하면 성기를 발로 차기도 했다. 자신보다 성적이 우수한 N 군에게는 “시험 예상문제를 뽑아오라”고 시켰다가 점수가 제대로 나오지 않자 “잘못 알려준 것 아니냐”며 마구 폭행했다. 담임교사가 없는 자율학습 시간에는 의자에 앉혀 테이프로 묶은 뒤 막대기로 때리기도 했다.
Y 군의 폭행 행각은 지난해 말 피해 학생들의 허벅지에 난 멍을 발견한 학부모의 신고로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학생들이 경찰에 낸 자술서에는 “샤프로 마구 찌르고 목을 졸라 실신시키기도 했으나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하기 어려웠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경찰은 Y 군에 대해 2일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학생인 데다 깊이 반성하고 있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대전=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