觀-山을 보다 2008, 朴희숙. 옥션앤컬렉터 제공
여기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청정한 겨울 산속에 눈 쌓인 오르막길이 나있습니다. 하늘과 맞닿은 오르막길의 정상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네요. 그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오르막이 있으니 내리막이 있을까요. 아니면 낭떠러지일까요. 참 궁금하죠?
세상에는 길이 참 많이 있습니다. 우리들에게도 또한 모두 타고난 인생길이 있고요. 이 세상에 태어나 살아가는 그 궤적이 바로 인생길이겠지요. 그러고 보면 우리는 이렇게 누군가의 발자국이 찍히지 않은 산속의 눈길을 혼자 헤쳐 나가야만 하는 저마다의 운명을 타고났는지도 모릅니다.
이 그림을 보고 있으니 갑자기 히말라야의 설산이 생각나는군요. 지난해 말, 만년설이 덮인 안나푸르나에서 새로운 코리안 루트를 개척하다 실종된 세 사람의 산사나이가 떠오릅니다. 박영석 대장은 등정주의가 아닌 등로주의를 택했습니다. 정상에 빨리 오르는 것보다 아무도 올라가지 않은 길에 도전하고 개척하는 데 큰 의미를 두었습니다.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극복하며, 한 발씩 떼며 길 위에서 용기와 희망을 가졌을 그들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사람들은 정상을 향해서만 달리려 하지요. 그러나 정상에 서면 곧 내려와야 합니다. 사고는 하산할 때 주로 생긴다고 합니다. 박 대장은 생전에 겸손한 인터뷰를 했지요.
“히말라야 정상으로 올라갈 수 있는 길은 몇 가닥뿐입니다. 신(神)이 허락해주는 시간에만 우리는 잠깐 올라갔다 내려오는 거죠.”
박 대장이라고 도처에 죽음이 도사린 자신들의 길을 몰랐겠습니까? 가지 않을 수 없었겠지요. 하지만 저는 박 대장과 대원들이 그리 불행하지만은 않다고 생각됩니다. 그들은 죽음으로써 이미 남들이 영원히 가지 못할 그들의 길을 개척했고, 그 용기는 사람들의 인생에 새로운 깨달음의 길을 열어줄 테니까요. 우리들의 인생길 또한 우리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고 도전하는 것이며, 인생길에도 무수한 크레바스가 숨겨져 있지만 그 과정을 극복하고 즐기는 것과 다름없다는 것. 그것도 신이 허락해주는 시간에만.
세상은 지금 묵념의 가장자리/지나온 어느 나라에도 없었던/설레이는 평화로서 덮이노라.
권지예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