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의 새 지도부를 뽑는 15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경선에 출마한 후보들이 감옥에 가 있는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에게 매달리고 있다. 당 차원의 ‘정봉주 구명위원회’가 따로 있는데도 ‘나와라! 정봉주 국민본부’라는 시민사회·정당 연대기구가 어제 출범했다. 한명숙 후보가 대표를, 문성근 박영선 후보가 산하 위원회 하나씩을 맡았다.
박지원 후보는 경선 연설회에서 정 씨를 면회하고 돌아왔다면서 자신이 대표가 되면 사면을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김부겸 후보는 ‘정봉주 석방 결의안’을 대표 발의했고, “젊은이들을 위해 부조리를 양산하는 검찰 권력을 손보겠다”고 다짐했다. 정 씨는 BBK 사건과 관련해 허위 사실을 유포한 죄로 대법원에서 1년 징역형이 확정돼 작년 12월 26일 수감됐다.
정 씨에게는 회원이 17만 명인 ‘정봉주와 미래권력들(미권스)’이라는 팬 카페가 있다. 그는 수감되기 전 회원들에게 전당대회 시민선거인단에 적극 참가할 것을 권유했고, ‘옥중 메시지 1호’로 “1인당 10명씩의 시민선거인단을 모아 달라”고 밝혔다. 실제 회원의 상당수가 선거인단에 등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씨가 수감 전에 활동했던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나꼼수)’도 정 씨 석방을 공약으로 내건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공식 표명했다. 참으로 희한한 풍경이다.
정당의 지도부나 공직선거의 후보를 선출할 때 일반 국민을 참여시키는 일이 유행이 되다시피 했다. 소통을 강화하고 국민의 기대를 받는 리더십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도 있다. 하지만 경선이 인기투표로 흐르고 선거인단에 영합하는 선동성 공약들을 남발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정봉주 팬클럽처럼 특정 선거인단이 대거 참여하면 선거 결과가 엉뚱하게 왜곡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의 정당정치가 더 건전하지 못한 방향으로 변질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