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돈봉투가 살포됐다고 폭로한 고승덕 의원은 내일 검찰 출두를 앞두고 “당당하게 검찰 조사에 협조하여 진실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 의원은 돈봉투를 받았다고 주장하면서도 누가 돈을 살포했는지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어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고 의원은 검찰 조사에 앞서 돈봉투를 준 한나라당 전 대표가 누구인지, 누구로부터 전달받았는지 국민 앞에 밝혀야 한다.
고 의원이 검찰에만 이름을 밝힐 경우, 돈봉투 살포자가 당분간 공개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국민은 누구 말이 맞는지 알기 힘든 ‘진실 게임’을 억지로 지켜보면서 한나라당과 정치권에 대해 불신과 혐오를 더 키워 나갈 판이다. 고 의원이 돈봉투와 관련된 대표 이름을 공개하고 나서 검찰에 출두하는 것이 정도(正道)요, 정치 발전을 앞당기는 길이다.
그 이전에 돈봉투의 주인공으로 지목받고 있는 박희태 국회의장과 안상수 전 한나라당 대표는 지금이라도 진실을 밝히는 것이 옳다. 그러나 이들은 극구 부인하고 있다. 고 의원의 폭로가 맞다면 박 의장이나 안 전 대표 중 한 사람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 한나라당 황영철 대변인은 “예전부터 전당대회 과정에서 이런 일들이 관행적으로 있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내부에서 이 정도의 ‘증언’이 나왔는데도 당 대표를 지낸 책임 있는 정치인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자세로 버틴다면 비겁하다.
한나라당과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먼저 국민 앞에 사과하고, 당시 대표에게 사실을 밝힐 것을 촉구할 필요가 있다. 한나라당은 사실 확인 후 당 차원의 제명조치는 물론이고 선거공영제 도입과 강력한 반부패법 제정에 나설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