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하기’ 약발 실종… 문의전화마저 뚝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아파트. 정부가 강남 재건축아파트 시장 활성화를 위해 12·7 대책을 발표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시장은 여전히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8일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강남 3구 재건축아파트의 매매가는 전주보다 0.06% 떨어졌다. 12·7 대책 발표 이후 반짝 반등하더니 3주 연속 하락세다. 대책 발표 직후 1주일 만에 0.74%까지 올랐던 강남구 재건축아파트는 곧바로 하락세로 돌아섰고, 서초구는 아예 상승세 없이 감소세를 이어갔다. 가락시영 아파트의 종(種) 상향과 재건축사업 승인이라는 호재가 있었던 송파구도 한 달간 1.6% 상승하면서 기대치를 높였다. 하지만 호가만 올랐을 뿐 매수세가 따라붙지 않자 다시 빠지는 분위기다. 송파구 가락동 창신부동산 이영석 대표는 “가락시영도 한때 평균 5000만 원 정도 올랐지만 절반쯤 떨어진 뒤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책 발표 전보다 가격이 떨어진 곳도 있다.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 1단지 54.5m²(전용면적 기준) 아파트는 11억8000만∼12억 원으로 대책 발표 전보다 2500만 원가량 하락했다. 대치동 은마 아파트 76m²도 8억6000만∼9억2000만 원 선으로 1000만 원이 내렸다. 대치동 B중개업소 이모 사장은 “대책 직후 기대감에 호가를 5000만 원 정도 올렸던 사람들이 최근 다시 중개업소를 돌아다니며 팔아달라고 읍소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투기과열지역을 해제함으로써 거래가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든 것은 분명하지만, 불투명한 경기 전망 때문에 투자자들이 선뜻 움직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재건축에 대한 견해차가 있는 것으로 비치면서 정책 불확실성이 발생하는 것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덕례 주택사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는 재건축 시장을 활성화하겠다고 하지만 이에 대한 서울시의 방침이 명확하게 나온 게 없어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고 분석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투기 수요 중심에서 실수요 중심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재건축을 포함해 강남지역의 고가 아파트들에 끼었던 거품이 빠지는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서후석 명지대 부동산경영학과 교수는 “현재 재건축아파트 값은 비싼 편”이라며 “가격이 더 떨어져야만 수요자들이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강남 재건축아파트의 침체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럽발 금융위기 등 실물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높고, 총선 대선 등이 부동산 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많다는 분석이다. 김현아 건산연 연구위원은 “선거를 앞두고 정책 불확실성이 더 커질 것”이라며 “강남 재건축 활성화는 상당 기간이 걸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