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전 5시 반 서울 강남구 삼성동 전력거래소 수요자원시장 상황실. 양민승 팀장 등 전력거래소 수요시장팀 직원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이날 최저기온이 영하 10도까지 떨어지며 전력사용량이 예상보다 120만 kW 이상 증가하자 대규모 정전사태를 막기 위한 비상 호출이 떨어졌다.
상황실은 긴박하게 움직였다. 전력 부족에 대비하기 위해 올해 처음으로 전력 수요자원시장을 열기로 했다. 전력 감축을 유도해 전력수요를 분산할 목적으로 2008년 개설된 수요자원시장은 기업들이 특정시간대에 전력 사용을 줄이겠다고 입찰하면 낙찰받은 기업에 감축량 만큼을 돈으로 돌려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양 팀장은 곧바로 참여의사를 밝힌 115개 회사 전기설비 담당자에게 ‘수요자원시장 개설, 감축시간은 오전 9시∼11시 반. 입찰은 오전 8시 종료’라는 짤막한 문자메시지를 날렸다.
이날 수요자원시장은 평균 104만 kW가량의 전력량을 줄이며 성공적으로 입찰을 마쳤다. 이 같은 양은 원자력발전소 1기의 발전능력과 맞먹는 것으로, 그동안의 평균 거래규모 40만∼50만 kW의 2배가 넘는 것이었다. 그 덕분에 이날 오전 9∼10시 사이 전력수요가 역대 최고인 7400만 kW를 넘어서고 예비전력이 500만 kW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사라졌다.
정세진 산업부 기자
정세진 산업부 기자 mint4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