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직접 키워 소비자와 직거래… 전남 한우영농조합 ‘황우마을’에선…
8일 오후 전남 순천시 서면 한우전문점 황우마을에서 유영갑 운영위원장과 오동식 총무가 판매 가격표를 가리키며 한우 고기를 저렴하게 판매할 수 있는 비결을 설명하고 있다(위). 황우마을은 시세보다 비싸게 한우를 구입한 뒤 유통 마진을 남기지 않고 손님들에게 싸게 판매한다. 아래 사진은 오 총무가 순천시 황전면 농민회 조합원들이 사육 중인 한우를 살펴보는 모습. 순천=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 한우 값 폭등하면 고기 싸게 팔아
황우마을은 이날 순천시 월등면 농선리 정병택 씨(58) 농가에서 한우 암소 2마리를 kg당 7500∼8000원에 구입했다. 산지 시세가 kg당 5500∼6500원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20% 정도 높은 값이다. 정 씨는 “황우마을이 없었으면 중도매상들이 소값 폭락을 틈타 헐값으로 사들였을 것”이라며 “황우마을 덕분에 우리 지역에서는 중간 도매상의 횡포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순천시 월등 황전면 한우 농가 450곳에 황우마을은 일종의 구세주인 셈이다.
황우마을은 비싸게 구입한 한우를 도축해 식당에서 저렴하게 판매했다. 전남지역 다른 식당이 1등급 등심을 100g당 5000∼7000원에 판매할 때 황우마을은 같은 등급 고기를 4800원에 팔았다. 황우마을은 한우 값이 폭락하면 산지 시세보다 20∼30% 비싸게 구매하고 폭등하면 10∼20% 싸게 팔아 축산농가도 보호하고 식당 고객에게도 인기를 끄는 명소가 됐다. 항상 양질의 고기를 공급하려는 노력도 인기 비결 중 하나다.
○ 유통마진 제로
회원이 낸 자본금으로 식당과 정육점 건물을 보증금 2000만 원(월세 20만 원)에 계약했다. 초기에는 농가에서 한우 몇 마리를 외상으로 빌려야 할 정도로 여건이 열악했지만 점차 경영여건이 좋아져 3개월 만에 적자에서 벗어났다.
식당 운영에서는 매달 1000만 원 정도 적자가 나지만 한우 도축을 통해 이익을 냈다. 한우 1마리를 도축해 판매할 때마다 등급별로 30만∼80만 원 이익을 내는데 황우마을은 한 달 평균 45마리를 도축하고 있다. 20∼30%의 유통마진을 챙기는 도매상과 달리 황우마을은 유통 과정에서 이윤을 남기지 않는다.
오동식 황우마을 총무이사(42)는 “수익금은 소값 폭락 때 생산기반을 지원하고 폭등 때는 소비자에게 저가로 한우를 공급하기 위한 몫으로 쓴다”며 “남는 수익금은 사회복지시설에 월 700만∼800만 원어치의 쇠고기를 공급한다”고 말했다.
○ 믿음과 신뢰가 열쇠
황우마을은 현재 임시사육장 3곳에서 한우 400마리를 키우고 있다. 이 사육장은 한우파동 때마다 덜 사육한 한우가 한꺼번에 대량으로 출하되면 이를 사들여 3개월∼1년을 더 키운 뒤 고기 품질이 최적의 상태가 됐을 때 출하한다.
순천=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